프로축구 성남은 K리그 최다 우승을 자랑한다. 1989년 창단해 1993년부터 K리그 최초의 3연패를 달성했고 2001년부터 다시 3연패를 이뤘다. 2006년 우승을 포함해 7차례나 리그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모기업이 운영을 포기하면서 지난해 시민구단으로 변신한 뒤 구단의 형편이 이전보다 나빠졌다.
그래도 축구 명가의 유전자는 남아 있는 것일까. 성남은 지난해 정규리그 9위로 간신히 클래식에 잔류하면서 올해 전망이 어두웠지만 26일 현재 정규리그 6위로 선전하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의 활약은 더 돋보인다. 시민구단으로는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한데 이어 20일 열린 16강 1차전 안방경기에서 K리그 4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승리를 챙겼다. 중국 슈퍼리그 최강이자 2013년 ACL 챔피언인 광저우 헝다(에버그란데)를 상대로 한 승리여서 의미는 더 크다.
성남의 지난해 연봉 총액은 약 61억 원이다. 헝다는 브라질 외국인 선수 굴라트와 엘케손의 몸값만 250억 원에 육박한다. 성남의 1년 운영비가 150억 원 안팎인데 비해 헝다의 운영비는 1000억 원을 넘는다. 하지만 성남은 철저한 상대 분석과 시종일관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상대를 눌렀다. 성남 팬들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이 이겼다”며 기뻐했다.
성남은 27일 오후 9시 헝다를 상대로 16강 최종 2차전을 치른다.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진출한다. 성남이 8강 이상을 기록한 것은 우승하던 2010년이 마지막이다.
변수는 있다. 경기가 열릴 광저우 텐허스타디움은 6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구장이다. 중국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이겨내야 한다. 게다가 고온다습한 광저우의 날씨와 안방의 텃세 판정도 극복해야 한다. 성남 김학범 감독은 1차전과 마찬가지로 ‘선 수비, 후 공격’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1차전을 내준 헝다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설 것이 예상돼 최대한 골문을 지키면서 상대의 빈틈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성남은 전성기의 기량을 되찾은 베테랑 김두현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두 외국인 선수 조르징요와 히카르도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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