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3·텍사스)의 신시내티 시절 동료였던 조이 보토(32)는 ‘눈 야구’를 잘하는 선수다. 선구안이 좋아 나쁜 공에는 좀처럼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는다. 그는 2011년부터 3년 연속 내셔널리그 볼넷 1위였다. 많은 볼넷을 얻어낸 덕분에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4년 연속 출루율 1위에 올랐다.
그런 보토가 1일 워싱턴과의 경기에서 ‘볼넷’이 아닌 ‘볼셋’에 1루를 밟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했다. 2-3으로 앞선 7회초 1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보토는 볼카운트 3볼 2스트라이크가 되자 방망이를 던지고 1루를 향해 달려갔다. 명백한 볼 카운트 착각이었다. 그런데 행동이 워낙 자연스러워 경기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상황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관중들은 박수를 보냈고, 해설자는 볼넷으로 출루했다고 말했으며, 상대팀은 곧바로 다음 타자를 상대했다. 보토는 후속 제이 브루스의 안타 때 홈까지 밟았다. 볼넷과 득점은 공식 기록으로 인정됐다.
경기에 몰입한 나머지 볼 카운트를 착각한 사례는 한국 프로야구에도 있었다. 두산 유격수 김재호(30)가 대표적이다.
프로 데뷔 2년차이던 2005년 4월 22일. KIA와의 군산 경기에서 9회초 타석에 들어선 김재호는 신용운(현 삼성)을 상대로 볼넷을 얻어냈다. 그런데 그 타석을 포함해 프로 통산 타석에 10번밖에 서지 못했던 김재호는 볼넷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냥 타석에 머물러 있었다. 볼카운트 4볼(?)-2스트라이크에서 신용운은 7구째를 던졌고, 김재호는 우전안타로 생애 첫 안타를 신고했다.
문제는 뒤늦게 이를 알아챈 기록원이 정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 결국 김재호의 프로 첫 안타는 허공으로 날아갔고, 기록상 볼넷이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후 규칙위원회를 열고 “누구도 지적하지 않은 상태로 넘어갔을 때 그 선수가 타격을 완료해 출루하거나 아웃되는 경우에는 이를 정식 기록으로 인정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김재호의 안타는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김재호는 아쉬움을 딛고 그해 6개의 안타를 쳤고, 올해 2일 현재 개인 통산 402안타를 기록 중이다. 박병호(넥센)도 LG 시절이던 2011년 4월 11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볼넷을 얻고도 1루로 나가지 않은 뒤 결국 ‘볼 다섯’ 때 1루로 출루한 적이 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요시무라 사다아키(당시 요미우리)가 1987년 히로시마와의 경기에서 볼카운트를 착각해 4볼-2스트라이크에서 홈런을 쳐냈다. 자신의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한 시즌 30홈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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