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승엽(39)의 아내 이송정(33) 씨는 감격의 눈물 대신 환한 미소부터 지었다. 진심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이 씨는 이승엽이 KBO리그 사상 최초의 400홈런에 도전한 3일 두 아들 은혁(10), 은엽(5) 군과 함께 포항구장을 찾았다. 사실 2일에도 야구장을 찾아 직접 응원하려고 했지만, 은엽 군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뜻을 접었다. 그러나 3일 큰 아들 은혁이 “아빠가 홈런 치는 모습을 꼭 직접 보고 싶다”고 졸랐다. 결국 두 아들을 데리고 관중석에 앉았고, 아버지는 가족 앞에서 온 야구계가 기다렸던 400호 홈런을 날렸다. 이 씨는 “남편이 포항에서 꼭 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정말로 쳐서 더 기쁘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야구에서 상징적 이름이 된 이승엽. 이송정 씨는 2001년부터 그의 아내로 살아왔다. 쉽지만은 않은 길이었다. 그러나 이 씨는 “남편 덕분에 늘 뿌듯하다. 워낙 스스로 모든 걸 알아서 잘하는 사람이라 나는 걱정할 필요도 없다”며 “주변에 도와주시고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아내로서 정말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제 한국 나이로 불혹인 남편은 언젠가 유니폼을 벗게 될 것이다. 이 씨는 “2000안타를 치고 선수생활을 마치는 게 남편의 목표다. 지금도 계속 노력하고 있으니, 스스로 원해서 은퇴하는 그 순간까지 잘해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올해 이 씨와 두 아들은 남편이 사는 대구로 이사했다. 그동안은 아이들 교육 때문에 서울과 대구에 떨어져 살았지만, “혼자 지내면서 고생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아예 거처를 옮겼다. 가족의 기를 받은 이승엽은 세월을 잊은 듯한 모습으로 변함없이 자랑스러운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씨는 경기 후 남편을 다시 만나면 그저 “수고 많았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짜 속내를 털어놓았다. “2003년 56호 홈런을 칠 때는 신혼이고 아무 것도 모를 때라 마냥 좋기만 했어요. 그런데 400호 홈런은 여기까지 오는 모든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고 함께 와서 그런지, 더 뭉클하고 감동적이에요. 눈물이 나는 걸 겨우 참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