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개인통산 400홈런의 대기록을 달성한 이승엽(39·삼성)의 오늘을 만든 스승은 한 두 명이 아니다. 먼저 모두가 인정하는 ‘국민배우’ 안성기에 버금가는 ‘국민타자’의 바른 인성은 아버지 이춘광 씨의 가르침 덕분이다. 그리고 야구인생의 중요한 길목마다 큰 도움을 준 스승들이 있었다.
박승호 NC 타격코치는 타자 이승엽 탄생의 주인공이다. 1995년 경북고를 졸업하면서 삼성에 입단한 이승엽은 투수냐, 타자냐의 큰 갈림길에 섰다. 당시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던 박 코치는 평소 눈여겨본 이승엽의 매끄러운 스윙을 근거로 타자 전향을 권유했고, 확신을 심어줬다. 1995년 중반 삼성 사령탑에 오른 백인천 전 감독은 중장거리 타자였던 이승엽에게 홈런타자의 가능성을 봤고, 그 성장을 이끈 주역이다. 훗날 이승엽은 “백인천 감독님이 갓 프로에 입단한 내게 ‘넌 일본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말을 해주셨다”고 기억했다.
박흥식 KIA 타격코치는 지금도 ‘이승엽의 대표 스승’으로 통한다. 박 코치는 1996년부터 이승엽이 일본으로 떠나기 전인 2003년까지 함께 했다. 이승엽은 기술적 부분과 심리적 측면 모두를 박 코치에게 의논했고, 실전에 적용했다. 일본 진출 첫 시즌에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어려움을 겪자 박 코치에게 수시로 전화해 문제점을 털어놓을 정도였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이승엽이 30홈런을 치며 일본에서 정상급 타자로 공인받은 2005년 지바롯데에 함께 있었다. 타격 인스트럭터로 이승엽 전담 코치 역할을 맡은 김 감독은 일본 투수들의 정교한 컨트롤에 대응할 수 있는 타격을 함께 만들어나갔다.
박흥식 코치는 이승엽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내가 가르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알아서 큰 것”이라며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이승엽 덕분에 지금까지 코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대기록이 나올 때마다 스승으로 소개되고 있으니 자랑스러운 제자는 이번에도 스승의 은혜에 보답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