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의 A와 C, 목동구장의 슬픈 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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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6월 6일 05시 45분


사진|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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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구장은 디지털 전광판을 사용하지 않는다. 프로야구가 열리는 야구장들 가운데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프로야구장 대부분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디지털 형식의 전광판으로 교체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전히 목동구장에서는 웃지 못 할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전광판에 숫자가 아닌 ‘알파벳’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한 팀의 두 자릿수 득점과 두 자릿수 안타는 자주는 아니라도 종종 나온다. 전광판에도 두 자릿수 숫자를 표시할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게 마련돼 있다. 그러나 한 팀이 한 이닝에 두 자릿수 득점을 하거나 한 경기에서 두 자릿수 4사구를 내주는 일은 거의 볼 수 없다. 당연히 전광판에도 자리가 없다. ‘10’ 이상의 숫자가 나오면 숫자 대신 알파벳을 사용해야 한다. 10은 A, 11은 B, 12는 C…. 이렇게 하나씩 늘어난다.

얄궂게도 목동구장에는 4일과 5일 연이어 세 번의 알파벳이 등장했다. 4일 목동 한화-넥센전에서는 넥센이 4회말에만 10득점을 하면서 첫 A가 떴고, 한화 투수진이 10개의 4사구를 내줘 A가 하나 더 나왔다. 5일에도 마찬가지였다. 두산이 볼넷 숫자로 A도 B도 아닌, C를 전광판에 찍었다. 선발투수 진야곱이 5개, 뒤이어 등판한 이재우가 5개, 그리고 함덕주와 이현호가 하나씩을 추가하면서 총 12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볼넷이 하나만 더 나왔다면, 목동구장에서 최초로 전광판에 ‘D’자가 등장할 뻔했다.

넥센도 한때 여러 차례 ‘알파벳’의 피해자였다. 그러나 이번엔 이틀 모두 상대팀의 아픔을 지켜보는 입장이 됐다. 반대로 ‘알파벳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한화와 두산은 전광판의 A와 C를 보며 더 큰 쓸쓸함을 맛봐야 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5일 경기가 끝난 뒤 “투수들의 도망가는 피칭이 실점으로 이어져 어려운 경기를 했다”고 아쉬워했다.

목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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