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는 4월 하와이에서 열린 롯데챔피언십에서 김세영에게 역전패를 허용한 아픈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그날의 기억은 박인비를 흔들어 놨다. 그는 우승하기 전까지도 긴장의 끈은 늦추지 않았다.
“(김)세영이가 5번홀부터 4홀 연속 버디를 잡았을 때 ‘설마 기적이 또 일어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가 9연속 버디 이런 것도 하는 건 아닌지’라는 생각도 들었고, 17번홀에서는 두 번째 샷이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아 불안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안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마음이 철렁거렸다. 하지만 기적은 두 번 일어나기 힘들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보기를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내 경기에만 집중했다.”
이번 우승으로 그는 마음의 숙제를 하나 벗었다. 박인비는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목표였다. 물론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하기를 바랐다. 이번 우승으로 숙제를 해결했으니 이제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게 목표다”라며 새로운 계획을 밝혔다.
2013년 4월 처음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박인비는 그동안 스테이시 루이스, 그리고 리디아 고에게 두번이나 1위를 내주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면서 그에겐 특별한 원칙이 하나 생겼다. 그것은 바로 ‘겸손’이다.
“아무리 골프가 잘 되고 온 세상이 다 내 세상 같아도 조금의 방심이라도 하게 되면 곧 영향을 받는 게 골프다. 내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세계랭킹 1위라는 자리는 그 전에 올라가보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욱 다시 되찾고 싶은 자리였다. 늘 1위에 오를 준비가 됐을 때 넘버원이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오늘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고 다시 넘버원이 됐다는 게 굉장히 절묘한 타이밍이다. 다시 1위 자리에 올라 너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