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경기 스타일이 상당히 과감한 편인데 이번에는 아무래도 더 신중한 플레이를 해야 할 것 같다.”
300야드를 넘기는 폭발적인 드라이버 샷을 앞세운 공격적인 코스 공략으로 유명해진 안병훈(24·사진)이 ‘안전 운행’을 택했다. 18일 미국 워싱턴 주 유니버시티 플레이스의 체임버스 베이GC(파70)에서 개막하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제115회 US오픈 출전을 앞두고 안병훈이 세운 전략이다. 안병훈은 지난달 유러피안투어 특급대회인 BMW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이번 대회 출전 자격을 얻었다.
자신의 집이 있는 미국 올랜도에서 2주 동안 컨디션을 점검하다 15일 현지로 이동한 안병훈은 “코스 세팅이 무척 까다롭다. 무엇보다 쇼트 게임이 중요할 것 같다. 참아가면서 라운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 이번 대회 코스를 경험했었다. 2010년 같은 골프장에서 열린 US아마추어챔피언십에 출전해 4강까지 오른 것. 그래서인지 그는 “한번 해봤던 곳이라 마음은 한결 편하다. 코스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욕심 부리지 않고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안병훈의 US오픈 출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9년 US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자 자격으로 이듬해 US오픈에 출전했지만 컷 탈락하며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당시를 떠올리던 안병훈은 “그땐 어렸고(19세) 경험도 부족했다. 이젠 프로다. 예선 탈락하면 상금을 못 받는다. 열심히 치겠다”며 웃었다.
유럽 2부 투어에서 3년 동안 고생하며 ‘눈물 젖은 빵’을 먹었던 안병훈은 최근 세계 골프의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세계 랭킹도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50위까지 올랐다.
안병훈은 “인터뷰 요청도 많이 들어오고 주위에 알아보는 사람도 늘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절박함을 간직하고 코스에 나가겠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아직은 멀었다”고 말했다. 한국에도 팬들이 많아졌다고 하자 그는 “요즘 뉴스를 통해 메르스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들었다. 여러분께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안병훈은 브룩스 켑카, 러셀 헨리(이상 미국)와 1, 2라운드를 치른다.
안병훈과 함께 양건(21)도 지난해 US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자 자격으로 참가해 세계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디펜딩 챔피언 마르틴 카이머(독일)와 같은 조로 경기에 나선다. 이 대회에서 준우승만 6번 했던 필 미켈슨(미국)이 올해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한다. 최근 극도의 부진에 빠진 타이거 우즈(미국)도 재기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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