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헛스윙 9.2%, 2006년 이후 최고… 힘센 타자 늘고 잦은 투수교체 원인
공격성향 강해져 득점 덩달아 증가
바야흐로 ‘삼진 전성시대’입니다.
15일까지 올 시즌 프로야구 2만4389타석 중 19.3%(4711타석)가 삼진으로 끝났습니다. 프로야구 34년 역사상 가장 높은 비율입니다. 이전에 삼진 비율이 가장 높았던 2002년(17.7%)과 비교해도 올해는 특이할 만큼 삼진이 많습니다.
삼진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뭘까요? 기록을 토대로 확인할 수 있는 정답은 ‘헛스윙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일단 보통 삼진 4개 가운데 3개(75%)는 타자가 헛스윙 한 결과물입니다. 올해도 전체 삼진 4711개 중 74.9%(3527개)가 헛스윙 삼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심판이 제3 스트라이크를 선언하는 것보다 타자가 헛스윙으로 직접 삼진을 당하는 일이 더 많은 겁니다.
물론 헛스윙도 늘어났습니다. 올해 타자들은 전체 투구 중 9.2%에 헛스윙을 했습니다.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입니다. 역사상 최고 삼진 비율을 토대로 추론해 보면 올 시즌 헛스윙 비율이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 기록이라고 해도 아주 틀린 소리는 아닐 겁니다.
지난해 헛스윙 비율은 8.4%로 올해보다 0.8%포인트 적었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차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시즌이 끝날 때 전체 투구 수가 22만4000개 정도 될 것이라고 보면 헛스윙은 1800개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저는 헛스윙이 늘어난 제일 큰 이유가 몸집을 키운 타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들이 장타를 노리는 과정에서 어떻게든 방망이에 공을 맞히려 하기보다 안 맞더라도 힘차게 휘두르다 보니 헛스윙도 늘어났다고 보는 겁니다.
가장 극적으로 입증해 보이고 있는 팀이 롯데입니다. 지난해(0.95개)보다 경기당 홈런이 1.6배 늘어난 롯데는 헛스윙 비율도 지난해 8.7%에서 올해 10%로 1.3%포인트 늘어나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2008년보다 2009년에 헛스윙 비율이 0.9%포인트 늘어났는데요, 이때는 프로야구가 투고타저에서 타고투저로 바뀌던 시점이었습니다.
상대 팀 감독들이 ‘싱싱한 어깨’를 마운드에 자주 세운다는 점도 헛스윙이 늘어난 이유일 겁니다. 구원투수 기용이 늘어났다는 뜻입니다. KBO에 따르면 헛스윙 비율 7.2%로 올해보다 삼진 비율이 2%포인트 적었던 10년 전에 경기당 투수는 4.0명이었는데 올해는 4.4명으로 늘었습니다. 기록 전산화를 시작한 2001년 3.6명에서 꾸준히 늘어난 숫자입니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타자들 힘이 세지면 헛스윙도 늘어납니다. 힘센 타자가 많아지면 역전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으니 상대 감독은 투수도 더 많이 바꿉니다. 그러면 삼진이 늘어나지만 득점도 늘어납니다. 평균 득점을 보면 삼진 비율 최고인 올해는 5.22점이지만 삼진 비율이 가장 낮았던 1987년(9.8%)에는 4.00점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해설자들은 요즘 곧잘 ‘타자들의 기술 발전 속도를 투수들이 못 따라간다’고 말하곤 합니다. 아닙니다. 힘과 힘이 마주치는 일이 늘어난 결과일 따름입니다. 아니라면 역대 최고 삼진 시대가 오지 않았을 겁니다. 야구는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저 지금은 야구가 점수가 많이 나는 쪽을 향해 가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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