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된 LG 잭 한나한은 발표 몸값만 100만달러에 달하는 외국인선수다. 10억원짜리 선수가 고작 32경기만 뛰고 한국을 떠난다. 물론 누구나 실패는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같은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우려는 의지가 LG에 있느냐다. 한나한을 둘러싼 LG 프런트의 처신을 따라가보자.
현장의 표현을 빌리면 한나한은 “걸어다니는 것 빼고 할 수 있는 게 없는 몸”이었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눈여겨봤던 루이스 히메네스로 바꿨다. 현장은 동시에 코치진 개편도 단행했다. ‘악재는 한번에 털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조용히 지나갈 일을 LG 프런트는 18일 한나한의 고별 기자회견을 통해 되살렸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전날 경기 도중 취재진에게 문자로 알렸다. LG 홍보팀은 “한나한이 고별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고 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요하지 않은 자리니까 와도 좋고 안 와도 좋다”고 했다. ‘인터뷰를 한다’고 광고해놓고, ‘중요하지 않다’라니?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LG 양상문 감독은 17일 경기 후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코치들도 “프로야구 역사에 (실패한 용병이 고별회견을 하는) 이런 일이 있었나”라며 황당해했다.
물론 ‘LG 프런트나 한나한이 선의로 시작한 작은 일’이라고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깜짝쇼를 하면서 ‘왜 LG가 이토록 아름다운 이별에 집착하는지’ 의아해하는 시선이 생길 수도 있음을 인식하기는 했는지 되묻고 싶다. 10억원 이상을 쓴 프로젝트가 재앙이 되자, 애써 ‘이미지 세탁’에 나섰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LG는 10년의 암흑기 후 그룹 내부감사를 통해 프런트가 대거 교체되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그리고 최근 2년간 가을잔치에 초대받았다. 김기태, 양상문 두 감독의 리더십 덕분이다. 그 과정에서 프런트는 도대체 무엇을 학습한 것일까. 현장과 프런트가 겉도는 LG의 모습이 딱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