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축구가 사상 첫 월드컵 16강에 올랐다. 김정미(31·현대제철)와 강유미(24·화천KSPO)가 제 몫을 톡톡히 했다.
골키퍼 김정미는 한국여자축구의 첫 월드컵이었던 2003년 미국대회에 출전했던 경험을 최대한 활용했다. 당시 조별리그에서 브라질, 노르웨이, 프랑스를 상대로 11골이나 내줬다. 경험이 많지 않았던 19세의 어린 김정미가 골문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12년 동안 프로와 2005년 동아시아대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대회에서 붙박이 골키퍼로 활약하며 베테랑으로 성장했다. 이번 대회에서 페널티킥을 제외하면 필드골로 3경기에서 4골을 내줬을 뿐이다. 수차례 선방으로 대량실점 위기를 막아냈다.
12년 전 월드컵 경험이 실점하더라도 흥분하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줬다. 특히 18일(한국시간) 스페인전에서 선제골을 허용했을 때도 선수들을 향해 “괜찮아”라고 외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는 등 ‘맏언니’로서 선수단의 중심 노릇도 하고 있다. 그러나 더 단단해질 필요가 있다. 한국은 16강전에서 12년 전 패배를 안겼던 프랑스와 다시 만난다. 윤덕여 대표팀 감독은 스페인전을 마친 뒤 “김정미가 잘해주고 있지만 상대의 크로스에 대해 좀더 자신감을 가지고 과감하게 볼 처리를 해주길 바란다”며 투지를 강조했다.
김정미가 뒷문을 막았다면 강유미는 상대 오른쪽 측면을 흔들었다. 14일 코스타리카전에서 나온 전가을(27·현대제철)의 헤딩골도 강유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오른발로 차올린 군더더기 없는 크로스는 전가을의 머리 바로 위로 떨어졌다. 스페인전에서도 강유미의 오른발이 빛을 발했다. 코스타리카전과 판박이로 자로 잰 듯한 크로스로 조소현(27·현대제철)의 동점골을 만들어줬다. 이번 캐나다월드컵 전까지 A매치 경험이 3경기밖에 되지 않았던 신예 강유미의 과감한 경기력이 여자대표팀의 운명을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