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언더도그(이길 가능성이 적은 약자)의 반란이었다. 올해로 69회째를 맞은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 리그 왕중왕전 개막전에서 강릉고가 경남고를 상대로 ‘깜짝’ 승리를 거뒀다. 1975년 창단한 강릉고 야구팀이 전국대회에서 경남고를 꺾은 건 처음이다.
강릉고는 19일 서울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대회 개막전에서 경남고를 만난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1945년 창단한 경남고 야구부는 6차례 이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전통의 야구 명문이다. 강릉고는 2007년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경남고를 만나 0-5로 패해 우승을 놓쳤다. 1987년 같은 대회 4강전에서도 역전패하는 등 강릉고는 중요한 순간마다 경남고만 만나면 힘을 쓰지 못했다.
이날은 달랐다. 에이스 정덕현이 9이닝 동안 2점만 내주면서 강릉고의 40년 묵은 체증을 날려 버렸다. 정덕현은 1, 2회 연달아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1점씩을 내줘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실점은 없었다. 이날 정덕현은 공 115개를 뿌리며 삼진을 12개 잡아냈고, 피안타 7개와 무사사구로 끝까지 마운드를 지켜 냈다.
타선도 정덕현을 도왔다. 톱타자 차홍민이 1회 첫 타석에서 3루타를 때린 뒤 다음 타자의 뜬공에 홈을 밟으며 따라가는 1점을 만들었다. 3회 김병주의 득점으로 2-2 동점을 만들었고 2점을 더 뽑으며 역전(4-2)에 성공했다. 이후 2점을 추가한 강릉고는 6-2로 감격스러운 첫 승을 거뒀다. 차홍민은 이날 안타, 2루타, 3루타를 골고루 뽑아내며 4타수 3안타 1타점 3득점 1도루로 맹활약했다.
이날 승리는 강릉고가 전국대회에서 3년 만에 거둔 승리기도 했다. 강릉고가 전국대회에서 승리한 건 2012년 청룡기 대회 1회전에서 세광고를 상대로 이긴 것(5-2)이 마지막이었다. 이날 처음부터 혼자 경기를 책임질 각오로 마운드에 올랐던 정덕현은 자신의 첫 완투승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정식 경기에서 처음 완투승을 거둬 기분이 좋다. 야수들이 점수를 많이 뽑아 줘서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용우 강릉고 감독은 “덕현이는 최고 구속이 시속 138km까지 나오는데 이날은 완투를 염두에 두고 조절해 평소보다 낮은 구속의 공을 던졌다”고 말했다. 공 감독은 “주말 리그를 치르느라 피로가 쌓인 상태인데도 잘 던져 줘서 고맙다”고 칭찬했다. 공 감독은 “경남고에 번번이 지다 보니 동문 선배들도 아쉬움이 컸다. 모두 오늘 승리를 우승이나 마찬가지라고 기뻐했다”고 말했다. 강릉고는 22일 강호 선린인터넷고와 2회전을 치른다.
한편 유신고는 설악고를 3-2로 꺾고 1회전을 통과했다. 6회까지 0-0으로 이어지던 경기는 7회초 2사 만루에서 유신고 김민석이 주자 3명을 모두 불러들이는 싹쓸이 적시타를 때리며 3-0으로 균형이 깨졌다. 설악고는 2점을 뽑아내며 추격했지만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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