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와 기적 만든 A4 용지 격려문

코스타리카전 낙심한 선수들 위해 윤영길 멘털코치가 시작… 효과만점

18일(한국 시간) 캐나다 여자월드컵 E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스페인을 꺾고 16강에 진출한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잔뜩 흥분한 채 숙소로 돌아왔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포함해 숙소 곳곳에 붙어 있는 A4 용지를 보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직 아니야. 16강에서 끝낼 건 아니잖아. 차분히 준비해 프랑스.’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A4 코칭’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아이디어를 낸 ‘멘털 코치’ 윤영길 한국체육대 스포츠심리학과 교수는 윤덕여 대표팀 감독이 심리적으로 민감한 여자 선수들을 위해 영입한 스태프다. 윤 교수는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비겼을 때 낙심한 선수들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왜 그래? 월드컵 끝났어? 스페인 이기면 조 2위다!’라는 글을 숙소 곳곳에 붙였다. 선수들의 상실감을 조금이라도 빨리 덜어 주기 위해 경기가 끝나자마자 먼저 숙소로 돌아와 작업을 했다.

스페인과의 경기를 앞두고는 ‘차분하고, 정확하게, 악착같이’라고 적었다. ‘스페인 애들 급해. 그래서 시작하면 서두를 거야. 차분하게 기다려, 그리고 악착같이 뛰면 기회가 생길 거야’라는 작은 글씨의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멘털 코치의 주문대로 한국은 스페인에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대표팀 관계자는 “선수들이 글을 보고 많은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이 자체 산정한 ‘WSPI(우먼사커 파워인덱스)’에 따르면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8위인 한국이 22일 오전 5시(한국 시간)에 열리는 16강전에서 3위 프랑스를 꺾을 가능성은 20%에 그쳤다. 하지만 16강 제물인 스페인(14위)도 한국보다 랭킹이 높았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