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여자축구, 18일간의 위대한 여정 코스타리카전 골 전가을 ‘박지성 세리머니’ 스페인전 김수연 결승골…사상 첫 16강행 윤덕여 감독 “지소연 결장, 선수 장래 고려”
태극낭자들이 써내려간 한국여자축구의 역사적 순간은 감격, 그 자체였다. 2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인 2015캐나다여자월드컵을 통해 첫 승점과 첫 승리, 그리고 첫 16강 진출이라는 값진 열매를 얻었다. 분명 가능한 일이지만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던 일들을 12년 만에 한꺼번에 이뤄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5일(한국시간) 캐나다 입성 후 22일 치른 16강전까지 18일 동안의 위대한 여정을 마치고 24일 귀국한다. 환영의 박수와 격려가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다. ● 잊지 못할 순간들
여자대표팀은 3주가 채 안되는 기간 동안 국민에게 많은 감동을 안겼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해 국내 분위기가 어두울 때 잠시라도 시름을 덜 수 있도록 기쁨을 선사했다. 14일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E조) 2차전 1-1 동점 상황에서 나온 전반 25분 전가을(27·현대제철)의 역전골에 모두가 환호했다. 전가을이 윤덕여 감독에게 달려가 포옹하는 모습은 2002한일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안기던 박지성을 떠올리게 했다. 최종 스코어 2-2로 비겼지만 월드컵 사상 첫 승점을 땄다.
18일 스페인전은 대표팀의 숨겨졌던 모든 능력이 총동원된 경기였다. 비기거나 패하면 귀국길에 올라야 하는 벼랑 끝 상황에서 선수들은 침착하게 경기를 펼쳤다. 0-1로 뒤진 채 전반을 마쳤지만, 후반 8분 조소현(27·현대제철)의 동점골과 33분 김수연(26·화천KSPO)의 결승골로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올랐다. 그토록 꿈꿔왔던 순간에 선수들은 모두 얼싸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미 기적을 일궈냈기에 프랑스전은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선수들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모든 열정을 쏟아냈다. 끝난 뒤 서로 격려하며 어깨를 토닥이는 모습은 눈물나도록 아름다웠다.
● 잘 했고, 또 잘 했다!
2013년부터 여자대표팀을 이끈 윤덕여 감독은 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빼놓지 않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전력에서 우위인 팀들을 만나 분전한 열정을 높이 평가했다. 프랑스전이 끝난 뒤 윤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나름대로 준비를 잘했고, 최선을 다했다. 부족한 부분은 감독이 더 노력하고 연구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앞선 조별리그 경기 때의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긴장감을 많이 떨쳐낸 모습이었다. 최종 목표였던 8강을 달성하진 못했지만 “12년 만에 (이 결과가) 나온 것은 칭찬해주고 싶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나은 한국여자축구를 위해서는 “개인적 능력을 더욱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감독은 에이스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의 허벅지가 좋지 않아 ‘선수 장래를 위해’ 프랑스전에 기용하지 않았다. 당장의 결과보다 더 밝은 미래를 기약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