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현(30·광주광역시청)은 한국육상이 낳은 최고 선수 중 하나다. 멀리뛰기, 세단뛰기 종목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10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뛰고, 몸을 날렸다. 여러 국제대회에서도 명성을 떨쳤다. 그 중에서 최고의 타이틀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2010년 광저우대회(멀리뛰기)에서 시상대 맨 위에 섰다.
간혹 주변에선 은퇴를 운운한다. 나이 30줄에 접어든 국가대표선수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육상은 특히 그렇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었다. 2005년 국가대표에 발탁된 이후 탄산음료를 마신 기억이 거의 없다. 새벽∼오전∼오후∼야간으로 이어진 지긋지긋하고 고된 훈련을 소화하려면 밀가루 음식도 최대한 피했다.
매일 단조로운 스케줄. 오직 운동밖에 모르는 김덕현은 얼핏 보면 인상도 차갑고, 말주변도 없는 참 재미없는 남자다. 그런데 그런 그의 가슴에 따스함을 안긴 한 여자가 있다. 2009년 추운 겨울날 만난 조민주(27·회사원) 씨다. 이듬해 봄부터 정식교제를 시작한 둘은 장수(?) 연애를 했다. 교제에 대한 진짜 고민은 조 씨가 했을 것 같은데, 김덕현 역시 조금 고민을 했단다. “이 사람을 만나는 게 내게 득이 될까, 실이 될까. 운동에 방해는 안 될까.” 물론 전자가 답이었다.
진짜 커플이 된 그해부터 김덕현은 승승장구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됐고, 이듬해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에서도 우승(세단뛰기)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선 은메달(멀리뛰기)과 동메달(세단뛰기)을 하나씩 땄다. 김덕현이 “(여자친구가) 복덩이”라고 하는 까닭이다.
두 사람은 올 10월 마침내 5년 열애의 결실을 맺는다. 강원도 강릉 일대에서 열릴 전국체전(10월 16∼22일)을 끝으로 올 시즌 일정이 끝나면 곧바로 결혼식을 올린다. 김덕현은 “여자친구를 만나고 선수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항상 묵묵히 곁을 지켜준 고마운 사람”이라며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