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새벽 151위 에베르와 첫판… 하루 2번 공식훈련, 컨디션 호조
“조코비치 등 스타들 쉽게 볼 수 있어… 더 자주 만나게 실력 끌어올리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흰색이었다. 29일 막을 올리는 시즌 세 번째 메이저 테니스대회인 윔블던 출전을 앞두고 28일 몸을 풀던 정현(19·사진)의 모습이다. 이날 대회 장소인 영국 런던 인근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정현의 패션은 티셔츠와 반바지, 양말뿐만 아니라 테니스화에 안경까지 온통 흰색 일색이었다. 정현은 “대회가 열리는 코트에서는 평소 훈련할 때도 드레스 코드를 지켜야 한다. 신발 바닥까지 흰색을 요구할 정도”라며 웃었다. 13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윔블던은 출전 선수들에게 흰색 유니폼만을 허용하는 엄격한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흰색 티셔츠만 10벌 이상 충분히 가져왔다는 정현은 여느 대회와는 다른 옷차림 속에서 윔블던에 출전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 세계 78위인 정현은 세계 151위로 예선을 거쳐 올라온 피에르위그 에베르(24)와 30일 새벽에 맞붙는다. 지난 며칠 동안 그는 오전 오후로 각각 45분씩 배정된 공식 훈련 시간을 통해 막바지 컨디션 조율에 공들이고 있다. 세계 17위 가엘 몽피스(프랑스) 같은 정상급 선수들과 파트너가 돼 공을 치기도 했다. 정현은 “메이저 대회답게 선수들의 준비 과정도 남달라 보였고 집중력이 있었다. 나 역시 마음가짐이 다르다. 대진 추첨도 끝나고 게임 날짜가 다가올수록 더욱 가슴이 설렌다. 잔디 코트 적응도 끝냈고 컨디션도 끌어올려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정현은 1월 호주오픈 예선 1회전에서 에베르를 2-0으로 꺾었다. 하지만 정현은 방심하지 않고 있다. “당시에는 하드 코트였고 이번엔 코트 표면이 다른 잔디. 서로를 잘 알고 있기에 강점과 약점을 잘 파악해 대처해야 한다. 에베르는 서브와 발리가 좋은 선수여서 확실한 리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본선에 나선 정현은 세계적인 남녀 톱스타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어디서나 조코비치, 페데러, 샤라포바 같은 선수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코트 분위기와 시설도 최상이다. 다른 선수들의 연습 방법을 통해 배우는 부분도 있다. 실력을 더욱 끌어올려 그들과 자주 만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한편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이번 대회 유망주 6명에 정현을 포함시켰다. 이 신문은 ‘윔블던에서 조심해야 할 뉴 키즈 온 더 블록’이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은 테니스보다 골프의 인기가 많다. 하지만 정현은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단식 준우승을 차지한 기대주’라며 주목했다. 한국 선수로는 2008년 이형택 이후 7년 만에 윔블던 무대를 밟는 정현.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승리라는 부푼 꿈을 향한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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