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베이스볼] 심재학 코치 “뭘 치라는 얘기 안 해…확신만 심어줄 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6월 30일 05시 45분


넥센 심재학 코치는 올 시즌 주루에서 타격으로 보직을 바꿨다. 4년 만에 타격코치로 복귀한 그는 “선수 개개인이 강해야 팀워크도 단단해진다. 각자 가진 능력을 계발해 성취감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넥센 심재학 코치는 올 시즌 주루에서 타격으로 보직을 바꿨다. 4년 만에 타격코치로 복귀한 그는 “선수 개개인이 강해야 팀워크도 단단해진다. 각자 가진 능력을 계발해 성취감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 넥센 심재학 타격코치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그리고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무서운 타자들. ‘넥벤져스’ 넥센을 설명하는 말들이다. 넥센은 올 시즌 주전 유격수 강정호(피츠버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누가 보더라도 전력 약화가 우려됐다. 그러나 넥센의 타력은 지난해보다 더욱 빛나고 있다. 29일까지 73경기를 치른 가운데 팀 타율 0.292, 108홈런, 장타율 0.482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팀 타율 0.298, 104홈런, 장타율 0.497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유한준, 김민성, 윤석민, 박동원, 김하성 등 다수의 선수들이 ‘커리어 하이’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넥벤져스 시즌2’가 더욱 다채롭고 강해진 모습이다. 올 시즌 타격코치로 보직을 바꿔 심혈을 기울였던 심재학 코치의 그림이기도 하다. 그는 “시즌이 끝나봐야 알겠지만 선수들이 기대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 선수들이 멘탈(정신력)이나 기술적으로 더욱 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사람 좋게 웃었다.

“각자의 노림수 존중…혼란 올 때만 조언
형 같은 코치 목표…기술보다 멘탈 중시
선수들 학습 의지 대단…나도 공부해야”
시즌 전부터 하위타선 집중조련 승부수
팀 타율·홈런·장타율 리그 1위 이끌어

● 하위타선이 강해졌다!

-시즌 절반이 지났다. 중간평가를 한다면.

“중간평가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에게도 전광판 숫자를 보지 말라고 한다. 아직 기록이 아닐뿐더러 시즌이 끝나고 평가받는 게 진정한 기록이다. 손목 부상으로 빠진 이택근 말고는 부상 선수들이 합류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시즌 전 세웠던 구상과는 비슷한가.


“강정호의 공백은 분명히 있고, 빠져나간 이후가 중요했다. 박병호 등 기존 선수들은 부상 없이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것이다. 승부는 6번부터 9번에서 갈릴 거라고 생각했다. 스프링캠프에서 김하성, 고종욱, 박헌도, 박동원, 윤석민 등을 집중 조련했다. 선수들이 생각만큼 올라와줘서 고맙다.”

넥센은 리드오프 서건창이 복귀하면서 김민성(6번)∼윤석민(7번)∼김하성(8번)∼박동원(9번)이 하위타선에 포진했다. 김민성은 꾸준히 3할3푼 이상을 쳐주고, 윤석민과 김하성도 3할에 가깝다. 김하성의 13홈런을 포함해 이들이 34홈런을 합작하며 하위타선에서 뜨거운 화력을 뽐내고 있다.

-시즌 초반 4승8패까지 떨어지며 고전했는데.

“주전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하면서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박동원, 김민성, 서건창, 이택근 등이 이탈했고, 성적이 안 나와서 당황했다. 염경엽 감독님께서 ‘네가 당황하면 선수들이 혼란을 겪으니까 중심을 잘 잡고 버티자’고 조언하셨다. 감독님은 승패를 생각하지만, 나는 타격만 세분화해서 고민했다. 부상 선수들이 하나둘 복귀하면서 전력이 회복됐다. 선수들에게는 시각적 효과가 크다. 기존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선수들이 배우고 발전한다. 그러면서 팀이 정상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다.”

● 주루코치로 시야를 틔우다!

-4년 만에 타격코치로 복귀했는데 힘들지는 않나.

“타격코치로 손을 놓았던 건 아니다.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만 갑작스레 맡은 것도 사실이다. 고민도 했었지만, 팀 사정상 선택권이 없었다. ‘형 같은 코치’가 되고 싶었고, 선수들과 소통에 주안점을 뒀다. 선수들이 잘 따라준 것 같다. 야구부터 사생활까지 얘기를 들어주고 조언한다.”

-주루코치와 외야수비코치 등을 거쳤는데 어떤 도움이 됐나.

“감독님이 주루코치 출신이셔서 굉장히 힘들었다. 1년에 7도루가 최고인 나한테 주루를 맡기셨다.(웃음) 값진 경험을 했다. 주루코치를 하면 ‘이 작전이 왜 필요한지’ 감독님의 시야가 읽힌다. 한 분야만 하면 그것만 보기 마련인데, 지금은 경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황이 보인다. 다양한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공부를 한 느낌이다.”

심재학 코치는 2008년 KIA에서 은퇴한 뒤 넥센 타격코치로 야구인생의 제2막을 열었다. 2011년 1군 타격코치를 거쳐 외야수비코치(2012년), 작전·주루코치(2013∼2014년)를 두루 경험했다. 염 감독은 심 코치에게 투수들의 버릇을 읽는 능력이 있다고 칭찬했다.

-좋은 타격코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좋은 타격코치의 모습이 정해져있진 않다. 야구 코치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이 작다. 선수의 역량이 제일 중요한 스포츠가 야구다. 따라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대화를 하면서 선수들의 고민을 덜어주고, 어지러운 마음을 덜고 단순한 마음으로 타석에 설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코치로선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코치는 도와주는 역할에 머물면서 선수들의 개성을 살려줘야 한다. 내 개성을 앞세우면 안 된다. 기술보다 멘탈을 강화해주려고 한다. 스프링캠프에서 미국 코치들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화술에 큰 신경을 쓰더라. 선수가 쉽게 알아듣고, 항상 대화하게끔 길을 열어놔야 한다. 기술적인 건 대부분 알고 있는데, 전달하는 방법이 중요한 것이다. 멘탈적인 교감이 있어야 한다.”

● 선수들에게 배운다!

-선수들에게 당부하는 얘기가 있다면.

“타석에 들어갈 때 좋은 생각을 하라고 말한다. 모든 것은 좋은 생각에서 출발한다. 연습 때는 리듬과 밸런스가 좋아야 하고, 시합에선 타이밍이다. 경기 전 전력분석을 통해 개개인이 작전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어떻게 칠지 나만의 전략이 있어야 한다. 선수들이 먼저 구상하고 공부할 만큼 발전했다.”

-대기타석에 있는 선수들에게 어떤 얘기를 들려주는지 궁금하다.

“특정 구종을 노리기보다 멘탈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각자 노림수가 있는데, 내가 얘기하면 혼란이 온다. 선수들한테 ‘뭘 노릴래’라고 물어보고 확신을 심어준다. 선수가 혼란을 겪을 때만 조언해준다. 뭘 치라는 얘기는 안 한다.”

-현역 시절과 지금 선수들은 어떻게 다른가.

“현역 때는 시키는 것만 했다. 감독님과 코치님은 법이었다.(웃음) 선수들의 창의력이 떨어졌고, 생각조차 표현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선수들은 창의력이 좋고 대화도 많다. 티볼도 처음에는 4갈래(동서남북)로 나눴는데, 선수들이 하이볼 치는 부분을 그려놨으면 좋겠다고 해서 6갈래로 나눠놨다.”

-선수들을 통해 배우는 것도 있을 것 같다.

“질문 수준이 굉장히 높다. 답을 주지 못할 때는 메모하고 공부해서 알려줄 때도 많다. 몇몇은 동영상을 가지고 와서 묻는다. 상응하는 대답을 하려면 공부는 필수다. 최근 (김)민성이가 ‘자기가 매 타석 똑같은 작전으로 들어가서 득점권 타율이 떨어진 것 같다’고 하더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반성이었다. 그런 얘기들을 메모해놓고 선수들한테 한다. 선수간, 코치간 대화를 권하고 또 배우기도 한다. (김)하성이가 급성장한 것도 스프링캠프 때는 민성이와 방을 쓰고, 지금은 (박)병호와 방을 쓰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선수들의 타격을 3일씩, 그리고 일주일씩 작년과 비교해서 체크한다. 집단 슬럼프가 제일 무섭다. 안 빠지게 최대한 노력하고, 강병식 타격코치, 이지풍 트레이닝코치 등과 얘기를 나눈다. 요즘이 지칠 만한 상황이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그래서 더욱 대화를 많이 한다.”

-끝으로 선수들이 어떤 타자가 됐으면 좋겠나.

“개개인이 강해졌으면 좋겠다. 멘탈과 실력 모두. 야구는 개개인이 강해야 팀워크도 단단해진다. 각자 가진 능력을 계발하면서 성취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옆에서 선수들을 최대한 도와주고 싶다.”

● 넥센 심재학 타격코치는?

▲생년월일=1972년 10월 18일
▲출신교=영중초∼충암중∼충암고∼고려대
▲키·몸무게=183cm·98kg(좌투좌타)
▲프로선수 경력=LG(1995∼1999년), 현대(2000년), 두산(2001∼2003년), KIA(2004∼2008년)
▲프로통산 성적=1247경기, 타율 0.269, 995안타, 149홈런,622타점
▲수상 경력=2001년 골든글러브 외야수 부문
▲지도자 경력=넥센 타격코치(2008∼2011년), 외야수비코치(2012년), 작전·주루코치(2013∼2014년), 타격코치(2015년)

사직 |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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