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 아이언으로 16번홀 이글·17번홀 버디 LPGA 역대 10번째 1000만달러 클럽 입성 한국인으로는 박세리· 박인비 이어 세번째
최나연(28·SK텔레콤)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살얼음 승부 끝에 짜릿한 재역전승으로 시즌 2승을 기록했다.
최나연은 29일(한국시간) 미국 아칸소 주 로저스의 피나클 골프장(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월마트 NW 아칸소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 최종 3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2개, 보기 2개를 적어내며 최종합계 15언더파 198타로 우승했다. 2월 개막전인 코츠 골프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승을 따낸 뒤 4개월여 만에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LPGA 통산 9승째다.
16번홀(파4)에서 터진 기적 같은 ‘샷 이글’이 우승을 안겨줬다. 최나연은 15번홀까지 1타를 잃어 디펜딩 챔피언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1타 차 공동 2위로 밀려난 최나연이 16번홀 135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이 샷 이글로 연결되면서 승부를 뒤집었다.
2008년부터 미국에서 활약 중인 최나연은 2009년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자신의 투어 첫 우승을 신고했다. 이어 하나은행 코오롱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2009년에만 2승을 거뒀다. 2010년에도 2승을 기록한 최나연은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와 상금왕 타이틀을 거머쥐며 명실상부 LPGA투어 1인자로 등극했다. 상승세는 계속됐다. 2011년 사임다비 LPGA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및 한국계 선수의 LPGA 통산 100번째 우승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냈고, 2012년에는 US여자오픈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주춤했다. 2년 넘게 우승 침묵에 빠졌고, 2014년에는 6년 만에 상금랭킹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94만5813달러를 벌어 상금랭킹 13위로 시즌을 마쳤다.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긍정의 힘’으로 버텼다. 작년 12월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나도 너무너무 우승하고 싶다. 우승이라는 건 결과지만 팬들은 그 결과만 놓고 평가한다. 우승을 향해 더 열심히 뛰겠다”며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보였다. 최나연은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우승은 없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그건 나만이 알 수 있다. 1%라도 성장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내년을 더 기대해 달라”며 2015년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긍정은 우승으로 이어졌다. 2015년 개막전으로 열린 코츠 골프챔피언십에서 26개월의 침묵을 깨고 우승했다. 무려 51경기 만에 맛보는 달콤한 우승이었다.
최나연은 아칸소챔피언십 우승으로 박세리(38·하나금융그룹), 박인비(27·KB금융그룹)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우승상금 30만 달러(약 3억4000만원)를 추가하며 LPGA 통산 상금 1023만6907달러를 벌어 한국선수로는 3번째, LPGA 역대 10번째로 1000만 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최나연은 “상금액수보다 우리나라 선수 중 3번째로 1000만 달러를 돌파했다는 게 기쁘다. 무엇보다 박세리, 박인비라는 최고의 스타들과 함께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