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에 출전하기로 했던 미국 대학생 체조선수 1명이 한국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을 우려해 출전을 포기하는 등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대한 많은 미국 대표선수가 한국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 3일부터 14일까지 광주에서 열리는 제28회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미국 태권도 대표팀 선수단장을 맡은 박천재 조지메이슨대 교수(55·사진)는 28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메르스 확산으로 뜻 깊은 대회가 한국인들의 관심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미국 내에서도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7월 1일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한다.
한국체육대 4학년 때인 1982년 에콰도르 세계선수권대회 태권도 웰터급 우승자인 박 교수는 광주가 고향이다. 태권도 세계선수권자로는 처음으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교편을 잡아온 그가 미국 대학생 태권도선수단을 이끌고 오는 것을 두고 동포사회에서는 ‘금의환향’이라는 표현을 하지만 정작 박 교수는 메르스로 고통 받는 조국 걱정이 앞섰다.
“세계대학스포츠연맹(FISU)이 3주 전부터 현장에 가서 세계보건기구(WHO)와 긴밀히 협력하며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FISU는 이틀에 한 번씩 미국 대표단에 ‘문제가 없다’며 안심하라는 신호를 보내오고 있고요.”
박 교수는 대한체육회장 비서실에서 근무하던 1987년 미국 보스턴으로 단기 연수를 갔다가 ‘공부하는 체육인’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1989년 메릴랜드주립대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1995년 학위를 취득한 뒤 20년 동안 사범이자 교수로서 수많은 미국 태권도인을 배출했다.
“미국 대표단은 대부분 전업선수가 아닌 일반 대학생들입니다. 장차 국회의원과 장관, 기업체 임원 등이 될 이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진다면 먼 미래에 더 없이 든든한 지한파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박 교수는 올해 4월 델라웨어 주에서 열린 대표 선발전에 출전한 미국 대학생들이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중간고사 시험 준비를 위해 책을 읽는 모습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 대표단이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경기 외에도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곳을 방문할 수 있도록 배려할 계획. 모교인 광주 살레시오고교도 방문한다.
교민들의 성원도 답지했다. 선수도 임원도 비용 일부를 부담해야 하는 미국의 시스템을 잘 아는 일부 교민들은 이달 13일 저녁 버지니아 주의 한 식당에서 모금 행사를 열어 1만 달러(약 1110만 원)를 모아 주기도 했다.
미국은 이번 대회에 태권도 선수단 39명(선수 26명, 임원 13명)을 비롯해 총 23개 종목에 550명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역대 최고 규모다. 조 바이든 부통령이 동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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