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비키니]안방 바뀐 ‘안방마님’이 살아남으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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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옮긴 포수, 투수 신뢰 얻기 위해 몸 던지는 플레이로 블로킹 늘어나
한화 허도환 9이닝당 패스트볼+폭투… 0.314개로 넥센 때보다 0.121개 줄어
롯데 → kt 장성우도 0.065개 감소

포수 허도환은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포일이나 폭투 때 공을 뒤로 빠뜨리는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오른쪽 사진은 넥센 시절의 허도환. 동아일보DB
포수 허도환은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포일이나 폭투 때 공을 뒤로 빠뜨리는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오른쪽 사진은 넥센 시절의 허도환. 동아일보DB
“포수에게 블로킹이란 책임감의 또 다른 표현이며 신뢰를 얻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신뢰는 투수와 믿음을 쌓는 것이며 책임감은 한 베이스를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말한다. 사실 포수가 투수의 마음을 사는 가장 빠른 길은 블로킹이다. 팀을 옮긴 포수들의 그해 패스트볼 비율이 확실히 줄어드는 것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새 팀에서 새로운 투수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한 포수의 노력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프로야구 한화 김정준 전력분석 코치가 SBS스포츠 해설위원 시절 펴낸 책 ‘포수란 무엇인가’에 실린 글입니다. 마침 한화는 올해 넥센에서 포수 허도환(31)을 트레이드 해왔습니다. 김 코치가 쓴 것처럼 팀을 옮긴 허도환은 패스트볼(passed ball·포일)이 줄었을까요? 일단 정답은 ‘네’입니다.

기록을 확인하기 전에 개념부터 확실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투수가 던진 공을 포수가 잡지 못해 뒤로 빠뜨리는 경우는 두 가지입니다. 공식 기록원이 판단하기에 포수의 잘못일 때는 포일로, 투수의 잘못일 때는 폭투로 기록합니다. 그런데 보통 야구팬들이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또 포수가 블로킹에 성공했다면 폭투로 기록되지 않았을 투구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둘을 묶어서 따져 봤습니다.

넥센에서 뛰던 2012∼2014년 허도환의 9이닝당 ‘포일+폭투’는 0.435개였습니다. 한화 유니폼을 입은 뒤로는 이 수치가 0.314개로 줄었습니다. 올 시즌 현재 한화 포수들 전체 기록이 0.665개인 것을 감안하면 172이닝 동안 투수의 공을 받은 허도환이 그저 운이 좋았다고만 볼 수 없을 겁니다.

물론 블로킹은 믿음을 얻는 첫 단계일 뿐입니다. 투수를 제대로 리드하지 못하는 포수는 믿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허도환이 요즘 상대 타자들의 성향을 기록한 두툼한 종이 뭉치를 들고 다니며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허도환은 “경기 전날 숙소에 가서 미리 예습하고 다음 날 전력분석팀과 생각을 주고받는다. 여기에 최근 컨디션과 몸 상태를 파악해 리드에 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덕분에 김성근 한화 감독도 “허도환의 리드는 어느 한 부분을 콕 짚기보다 요소요소 배합이 살아 있다”고 칭찬할 정도가 됐습니다. 처음 허도환이 팀에 합류했을 때 ‘포수로서 장점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김 감독은 “아직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었습니다.

허도환만 이렇게 달라진 건 아닙니다. 장성우(25)는 2012∼2014년 롯데에서 9이닝당 ‘포일+폭투’가 0.608개였지만 올 시즌 kt에서는 0.543개로 줄었습니다. 경험이 부족한 투·포수가 많은 kt 전체 기록이 0.814개(최다 1위)나 되는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변화입니다. LG 최경철(35)도 넥센에서 뛰던 2012년에는 0.537개였지만 LG로 트레이드 된 2013년에는 0.481개로 줄었습니다.

블로킹은 기본기라고 해도 좋을 만큼 포수들이 열심히 훈련하는 기술입니다. 새로 믿음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포수들은 새삼 그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걸 무의식중에 깨닫게 되는 건지도 모릅니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거겠죠.

벌써 2015년도 절반이 지났습니다. 올해를 시작할 때 마음먹은 초심이 뒤로 빠지지 않게 잘 블로킹하고 계신가요?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
#안방마님#포수#블로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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