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5000명의 관중이 꽉 들어찬 센터코트에는 아쉬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메이저 통산 14회 우승에 빛나던 ‘왼손 천재’가 허망하게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라파엘 나달(29·스페인)은 3일 영국 런던 인근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2회전에서 세계 102위로 예선을 거쳐 올라온 더스틴 브라운(31·독일)에게 1-3(5-7, 6-3, 4-6, 4-6)으로 패해 탈락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 연신 미간을 찌푸린 나달의 머리숱은 부쩍 빠져 있어 세월의 무상함까지 드러냈다. 윔블던에서 두 번 우승했던 나달은 최근 부진과 부상 등으로 세계 랭킹이 10위까지 떨어졌다. 경기를 지켜본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장은 “나달은 지나치게 힘에 의존하며 서브에도 무리가 많다. 노바크 조코비치나 로저 페데러보다 선수 수명이 짧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절묘한 드롭샷과 묘기에 가까운 리턴으로 나달을 농락한 브라운은 인기 스타로 떠올랐다. 자메이카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브라운은 치렁치렁 한 레게 머리에 196cm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최고 시속 212km의 강력한 서브가 일품이었다. 자신의 배에 새긴 아버지 얼굴 문신을 드러내는 이색 세리머니를 펼친 그는 한때 투어 경비가 부족해 아버지가 마련해준 캠핑카를 3년 동안 직접 몰고 다녔고, 동료 라켓을 손질하는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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