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한다. 세계 수준과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본선 무대를 밟는 것은 처음이다. 대표팀의 목표는 소박하다. 국내 팬들이 지나치게 실망하지 않을 정도로 대패하지 않는 것이다. 1승이라도 거두면 더 바랄 게 없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4명의 특별귀화자를 인정해 태극마크를 달 수 있게 했다. 그중에 한국인의 피가 섞인 선수는 없다. 타일러 브리클러(24·하이원)도 그들처럼 태극마크를 달고 싶어 한다. 그는 한국인의 피가 섞인 ‘하프 코리안’ 미국인이다.
브리클러에게 한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였다. 어머니 한영숙 씨(56)는 16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미국인과 결혼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어릴 때부터 한국문화와 음식을 접하게 했다. 거실에 태극기도 걸어 놨다. 브리클러는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이 갈비와 불고기였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까지 한국에 온 적이 없다. 부모님은 생업을 놓을 수 없었고 그도 학교를 다녀야 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비로소 한국행을 결심했다.
브리클러는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2부 리그 격인 디비전3에서 팀의 중앙 공격수로 활약했다. 그가 속한 뉴욕주립대 제네시오는 디비전3에서도 가장 수준이 높은 뉴욕 주 지역 콘퍼런스(SUNYAC)에 속해 있다. 팀의 주축 공격수였고 리그 전체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의 선수였다. 올해 졸업을 앞둔 그에게 미국과 유럽의 많은 아이스하키팀이 러브콜을 보냈다. 그의 생각은 확고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팀들을 마다하고 한국 아이스하키 팀 두 곳(하이원과 안양 한라)에 자기소개서를 보냈다. 자신의 활약상이 담긴 동영상도 보여줬다. 그는 “어머니의 나라에서 꼭 뛰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성이 통했던 것일까. 아이스하키 대표팀 백지선 감독은 올해 3월 그에게 대표팀 캠프에서 테스트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그는 “나보다 어머니가 더 기뻐해서 행복했다. 아마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뛴다고 했으면 많이 실망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으로 부모님과 함께 한국 땅을 밟은 그는 “어머니가 나보다 더 흥분하시는 걸 보고 효도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그는 선수 테스트를 위해 열린 대표팀 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이원에 입단한 것도 그 덕분이다.
브리클러는 두 가지의 ‘코리안 드림’을 꿈꾼다. 하나는 아이스하키 국가대표가 되는 것, 다른 하나는 한국에 뭔가 보답을 하는 것이다. 귀화를 계획하고 있는 브리클러는 “난 혼혈이지만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버린 적이 없다. 우선은 내 실력을 소속팀에서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대표팀 발탁 전망은 현재로서는 긍정적이다. 아이스하키의 본고장인 북미에서 선수 생활을 한 데다 수비 능력까지 갖춘 공격수로,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기량을 갖췄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대표팀 백 감독도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만큼 꾸준히 좋은 활약을 보여 준다면 대표팀에 뽑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브리클러는 올림픽 출전을 위해 선수층이 두꺼운 미국을 피해 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국 아이스하키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브리클러는 “한국에 정착해 살고 싶다. 선수로 뛰지 못하면 코치로라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들은 부모님이 이렇게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24년간 미국에서 살았으니 앞으로 24년은 한국에 있을 차례다. 잘하는 아이스하키로 꿈을 이루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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