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들과 소통 위해 통제 대신 응원 허용 선수들도 편안한 모습…곳곳서 활기 넘쳐 비리 문제 여파 연맹 담당자 대부분 부재 각국 선수단 동선 혼선…대회 관리는 허술
시끌벅적했다. 넘치는 활기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였다. 항상 조용해야 한다는 편견(?)을 깬 곳은 사격장이었다.
남녀 10m 공기소총, 여자부 트랩 등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광주U대회) 사격 종목의 주요 경기가 열린 5일 전남 나주의 나주전남종합사격장. 사격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종목이다. 그래서 얼마 전만 해도 국제대회에선 개미 한 마리가 지나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소음을 통제했다. 그러나 요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사격이 지나치게 대중과 동떨어져 있는 ‘그들만의 종목’이란 현실적 비난에 직면하자, 국제사격계는 변화를 꾀했다.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거나 지나치게 야유를 퍼붓는 등 특정 선수가 방아쇠를 당기는 데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관중의 응원을 허용했다. 2012런던올림픽을 기점으로 이뤄진 획기적 변화다.
이러한 모습은 광주U대회에서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대회 개막 3일째, 일요일을 맞아 상당히 많은 관중이 사격장 스탠드를 채웠다. 1·2층으로 구분된 경기장에 끊임없이 총성이 울리는 가운데, 저마다 편안한 모습으로 잡담을 나누는가 하면 누군가는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에게 박수를 보냈다. 때로는 휘파람 소리도 들렸다. 물론 규정 위반이 아닌 터라 사선에서 각자의 총기를 든 선수들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경기를 마친 몇몇 외국선수들은 이온음료를 마시며 가까운 스탠드에 앉은 동료·코치진과 대화하고, 일부 관중의 악수 요청에 흔쾌히 응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다. 사격장에 파견된 대회 담당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물론이고 일반 관중과 각국 선수단, 내·외신 기자들의 동선이 계속 겹쳤다. 신분을 알 수 없는 일반인이 버젓이 숫자가 턱 없이 부족한 취재석에 앉아있어 오히려 기자들이 자리를 찾아 갈팡질팡 한참을 방황해야 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벌어진 상황과 거의 똑같았다. 여기에 메달리스트들과 해당국 감독 등의 공식 기자회견장은 사격장에서 20여m 정도 떨어진 간이 천막에 마련돼 섭씨 30도에 달하는 여름 한낮의 열기를 참아야 했다. 지나치게 좁은 천막 안에는 대형 선풍기가 비치됐지만, 남도의 끈끈한 습기와 무더위를 식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더욱이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이 지난해 5월부터 합동 운영한 스포츠4대악합동수사반 수사 결과, 최근 10여년간 사격국가대표 총감독으로 활동한 한 지도자가 훈련비 12억3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광주U대회 개막 직전 드러났다. 이 때문인지 뒤숭숭해진 대한사격연맹 담당자 대부분이 현장을 찾지 않았다. 당연히 선수단 관리와 대회 운영에 허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한 대회 관계자는 “(비리 문제로) 사격연맹의 지원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주변 기대치에 맞춰야 하는 데 솔직히 버겁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