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안병근 교수 버젓이 심판…혐의 확정 아니라 막을 명분 없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7월 6일 05시 45분


안병근 용인대 교수. 스포츠동아DB
안병근 용인대 교수. 스포츠동아DB
첫날 심판…비난 거세자 다음날 물러나
자정결의 했던 유도회 “막을 명분 없어”


한국유도는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광주U대회)에서 첫 금메달(4일 남자 -100kg급 조구함)을 안겼다. 금품수수, 횡령, 폭행, 승부조작, 불법 스포츠 도박 등 온갖 의혹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며 대한유도회장까지 물러나 만신창이가 된 한국유도에 한 줄기 위안이 될 만한 소식이다.

그러나 좋은 뉴스만 나와도 모자랄 판에 유도인들이 한숨 쉴 일이 또 터졌다. 승부조작, 공금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지도자가 버젓이 광주U대회 심판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안병근 용인대 교수가 4일 심판을 본 것은 절차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모른다. 대한유도회 관계자는 5일 “국제유도연맹의 추천을 받아 국제대학스포츠연맹이 심판들을 임명한다. 사건이 터지기 전에 이뤄진 절차이고, 안 교수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 중이다. 혐의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 막을 명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론이 악화되자 안 교수는 대회 조직위와 면담한 뒤 5일부터 심판을 맡지 않기로 했다. 결국 안 교수 개인은 물론 대한유도회, 광주유니버시아드 조직위가 모두 바로 하루 뒤의 여파조차 짐작하지 못할 정도로 현실인식에 심각한 결함을 드러낸 꼴이 됐다.

특히 회장직무대행 체제로 개편하고 새 출발을 다짐했던 대한유도회는 ‘이럴 거면 자정결의문은 왜 냈느냐’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안 교수의 혐의를 뻔히 알면서도 심판으로 나서기까지 제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 교수가 더 이상 대회 심판을 보지 않는다고 하니 넘어가자고 할 일이 아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대한유도회의 도덕성과 자정능력이 우려스럽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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