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해주는 남자친구 덕에 ‘사커맘’ 자신 못잊을 캐나다의 추억…프랑스전 아쉬워 34세 넘어서까지 그라운드에서 뛰고싶다”
샛노랗게 염색한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조소현(27·현대제철)은 2015 캐나다여자월드컵에서 우리 국민에게 잊지 못할 순간을 선물했다. 비기거나 패하면 귀국길에 올라야했던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선 대표팀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동점골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 월드컵 본선 첫 승과 더불어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끌었다. 8강 진출은 다음 대회로 기약했지만, 한없이 멋있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녀는 6월 한국여자축구의 역사를 새로 쓴 인물이다.
3일 소속팀 숙소에서 만난 조소현은 길었던 머리를 짧게 싹둑 잘랐다. 여자들의 짧은 머리 변신에는 대부분 이유가 있지만, 조소현은 그렇지 않았다. “의미는 없어요. 한 달에 1cm 정도로 빨리 자라는 스타일이라, 겨울에는 다시 길게 기를 거예요.”
조소현에게 캐나다에서 보낸 약 2주간은 잊지 못할 추억이기도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었다. 프랑스와의 8강전이 그랬다. “실점을 쉽게 하지 않고 우리의 경기를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오래 안고 있어봤자 마음만 아플 뿐, 빨리 털어낸 듯했다. 소속팀에 복귀했으니 지난해에 이어 2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목표로 뛰고 있다. 그리고 34세 넘어서까지 그라운드를 누비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남동생이 축구를 먼저 시작하면서 이를 계기로 축구공을 차기 시작한 조소현은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다. 소속팀 선배 중 박영화(34)의 나이를 뛰어넘고자 한다. 은퇴 후에도 자신의 모습을 확실히 그리고 있다. 조소현은 “스포츠마케팅 관련 일을 하고 싶어 틈이 나는 대로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유학도 가고 싶다”고 밝혔다.
‘공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더 길지만’ 2년 정도 사귄 두 살 연상의 일반 회사원 남자친구가 있어 더욱 자신감이 넘치는 듯했다. 축구동호회에서 만난 남자친구는 조소현이 축구를 그만두고 싶을 때 옆에서 응원하며 그녀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남자친구의 배려 덕분에 결혼 후 아이를 낳고도 계속 축구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
“주변에서 ‘너라면 아이를 낳고도 지금처럼 잘 뛸 것 같다’며 많이 권유해요.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사커맘’이 어렵다보니 아무래도 첫 케이스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남자친구도 ‘지겨울 때까지 해봐라’라고 응원해줘요. ‘2세를 천천히 낳아도 되고, 우리 둘이 재밌게 살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하는데, 오히려 제가 더 아이를 갖고 싶어요.(웃음)”
조소현은 4년 뒤 프랑스여자월드컵은 물론 그 후에도 그라운드를 누빌 ‘축구선수 조소현’을 위해 자신을 계속 채찍질하고 있다. “지금 만족하면 거기까지의 선수만 되는 것 같아요. 발전을 위해선 남들보다 한 걸음 더 빨리 움직이고 더 내디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