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들 경기 2시간전부터 줄 서기 손연재 입장에 경기장 뜨거운 함성 대회측 “리듬체조가 흥행 큰 도움”
오후 4시35분, 알록달록한 리본을 든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1·연세대)가 자신감 가득한 걸음걸이로 레드카펫을 밟으며 포디움으로 입장하자 뜨거운 함성이 물결쳤다.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광주U대회) 리듬체조 개인종합 2일째 경기가 펼쳐진 12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 하이라이트는 B그룹 로테이션 3·4에서 출전선수 19명 중 12번째로 나선 손연재였다.
국내 최고의 리듬체조 스타를 향한 엄청난 갈채와 환호는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매트를 수놓은 그녀의 우아한 움직임과 동작에 잠시 숨죽이더니 이내 열띤 탄성으로 바뀌었다. 마치 인기 록 스타의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전날(11일) 후프와 볼 연기를 펼친 손연재는 이날 리본과 곤봉 연기를 했다. 종목당 1분30초에 채 미치지 않는 지극히 짧은 시간이었지만, 혼신을 다한 그녀의 모습은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사실 손연재와 이다애(21·세종대)가 출전한 리듬체조는 광주U대회 조직위원회가 가장 기대했던 흥행카드였다. 경기 시작 하루 전날인 10일, 리듬체조 1·2일째 입장권이 매진됐다. 조직위는 체육관 공식 수용인원인 8327석 가운데 7940석을 유료로 판매했다. 2만원에 달한, 이번 대회에서 가장 비싼 금액이지만 손연재를 직접 보겠다는 일념으로 광주시민들과 체조 팬들은 과감히 지갑을 열었다. 그래서인지 예매 취소분이 나올 때마다 입장권은 금세 동이 났다. 더 좋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내·외신 기자들의 자리 경쟁도 대단했다.
일정이 상당한 도움을 줬다. 공교롭게도 대회 개막 후 2번째 주말이었고, 리듬체조 첫 시상식까지 이뤄져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시상식이 열린 12일과 개인 종목별 경기가 예정된 13일은 지난달 말 일찌감치 입장권 판매가 완료됐을 정도였다.
궂은 날씨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제9호 태풍 찬홈이 한반도 남부에 영향을 미치면서 주말 내내 광주 지역에는 장대비가 쏟아졌지만, 우산을 쓰고 우비를 챙겨 입은 관중은 경기 시작 2시간여 전부터 길게 줄을 늘어서더니 오후 3시 무렵에는 스탠드를 거의 채웠다. 관중 매너도 나쁘지 않았다. 손연재 등 한국선수들의 연기가 끝나기 무섭게 체육관을 빠져나가던 첫날과 달리 이날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관중이 절대다수였다.
대회 관계자는 “광주 출신의 남자기계체조 스타 양학선이 부상으로 대회를 조기 기권해 흥행을 조금 걱정했는데 리듬체조가 이를 만회했다. 손연재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큰 영향력을 끼친 선수들이 상당수 출전한 결과”라며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