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조범현 감독은 3일 주포 김상현을 부상이나 부진이 없었음에도 2군으로 내려 보냈다. 2군행의 이유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조 감독이 ‘팀 플레이’를 논하면서 궁금증은 금세 해소됐다.
베테랑 김상현의 2군행은 일종의 ‘메시지’였다. 외국인타자 댄블랙 영입 이후 팀이 살아났지만, 여전히 조 감독의 성에 차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시즌이 시작된 뒤 계속해서 느꼈던 부분이다. 팀 배팅보다는 몇 차례 큰 스윙으로 일관한 김상현이 일종의 본보기가 된 셈이었다.
kt 선수단은 조 감독의 메시지에 응답했다. 3일 수원 KIA전 승리를 시작으로 15일까지 8경기에서 6승2패를 거뒀다. 이제 조 감독은 또 다른 메시지를 보낸다. 그는 “내 자리가 어딨나”라고 말한다. 몇 안 되는 1군 주전 자리를 두고 경쟁을 암시한 것이다.
6일 kt는 부상을 입은 외야수 오정복과 하준호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시켰다. 모두 트레이드를 통해 kt 유니폼을 입고 주전으로 도약한 선수들이다. 조 감독은 “풀타임을 안 뛰어본 선수들이라 힘들어하는 것 같다. 하지만 견뎌내야 한다”며 “지금 자기 자리가 어딨나. 자리를 잘 지켜야 한다. 기회가 있을 때 확실하게 어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둘에게 자리를 빼앗겼던 외야수 김사연과 김민혁이 주전으로 다시 나서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마치 1군 진입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3년차에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는 NC의 길을 걷는 듯하다. NC 역시 단기간에 상위권으로 올라선 배경에는 치열한 내부경쟁이 있었다. 백업선수들도 기회를 부여받았고, 경쟁이 선순환 효과를 불러왔다.
조 감독은 “처음엔 이제 갓 졸업한 어린 선수들을 내보내고 정말 힘들었다. 참고 기다리는 게 정말 쉽지 않더라. 기존 구단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더 참고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조 감독의 시선은 올 시즌이 아닌 1~2년 뒤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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