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을 제패하고 돌아온 전인지(21·하이트진로)가 컨디션 난조 속에서도 시즌 4승을 향한 순항을 시작했다. 17일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골프장 하늘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우승상금 3억원) 2라운드에서 3타를 줄이며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중간합계 3언더파 141타를 적어낸 전인지는 오후 2시 30분 현재 공동 17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인지는 13일(한국시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14일 귀국했다. 하루도 쉬지 못한 채 15일 프로암에 출전했고, 16일부터 1라운드 경기에 출전했다. 빠듯한 일정 탓에 컨디션은 엉망이 됐지만 정신력으로 버텼다.
2라운드에서 버디 4개에 보기 1개를 기록하며 3언더파 69타를 친 전인지는 “어제는 발이 땅에 끌리는 것처럼 몸이 힘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정신이 혼미했다. 가만히 있어도 눈이 감기고 저절로 고개가 떨어질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고 힘들어했다.
정신이 혼미해진 탓에 작은 실수도 있었다. 그는 “얼마나 정신이 없었으면 어제는 9홀이 끝난 뒤 야디지북을 화장실에 두고 나왔는데 오늘은 티오프 시간을 30분이나 착각했다. 프로로 데뷔한 이후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면서 “어젯밤에 (서)희경언니와 대화를 나누다가 잠이 들었는데 오늘 희경언니의 티오프 시간이 오전 8시20분이었고, 나는 8시50분이었다. 그런데 그만 희경언니의 티타임을 내 시간으로 착각했다. 아침식사를 하던 중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됐다. 먼저 알았더라면 30분을 더 잘 수 있었는데 억울하다”며 웃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메이저 챔피언의 모습은 여전했다. 전인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똑같은 루틴으로 경기를 준비했고, 이날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오늘 몇 개의 아쉬운 버디 퍼트가 있었지만 그래도 좋은 경기를 했다”면서 “오늘도 응원을 오신 팬들이 많았다. 그런 분들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도 프로의 자세가 아닌 것 같다.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우승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 그는 “아직 3~4라운드가 남아 있으니 우승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할 뿐이다”며 마음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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