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승엽(39)이 1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올스타전’에 세월호 참사로 아까운 목숨을 잃은 단원고 고(故) 김호연(18) 군의 유가족을 남몰래 초대하는 선행을 베푼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엽과 호연 군의 인연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월호 사고 직후 한 신문에는 호연 군의 영정 앞에 ‘내 아들 호연아, 16년 5개월 짧지만 아들 때문에 참 많이 행복했다. 고마워, 미안하고, 사랑해’라는 글귀가 적힌 야구공이 놓여있는 사진이 게재됐다. 어릴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고, 야구선수를 꿈꿨던 아들을 위해 호연 군의 아버지가 하늘로 보낸 ‘야구공 편지’였다. 이 소식을 접한 KBO 고위관계자는 “호연 군이 좋아했던 선수의 사인이라도 보내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삼성 이승엽과 임창용을 좋아했던 호연 군에게 사인공이 전달됐다.
이승엽은 올해도 KBO의 도움을 받아 올스타전에 호연 군의 유족을 초대했다. 일이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구장을 찾은 호연 군의 형은 “올까 말까 망설였는데 생각해보니 동생이 야구를 좋아하면서도 정작 야구장에는 양준혁 선수 자선행사 말고 온 적이 없었다. 동생을 대신해 왔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올스타전 준비에 정신없었지만 호연 군의 형을 보자 반갑게 맞이했다. “잘 지내지?”라며 어깨를 두드려줬고, 형이 내민 모자에 정성스럽게 사인을 했다. 이 모자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호연 군의 형은 “동생이 소속된 야구팀에서 쓰던 모자다. 등번호가 15번이었는데…. 여기에 사인을 받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가져왔다”고 했다.
남몰래 세월호 유족을 ‘별들의 잔치’에 초대한 이승엽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내세울 일도 아니다”며 말을 아꼈지만 “(호연이의) 사연을 접하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는데 올해 KBO와 얘기가 되면서 자리가 마련됐다. 사인을 해주면서 희망적인 말을 쓰고 싶었는데 이게 참 어렵더라. 그래도 (호연이 형을 만나) 기분은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KBO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올스타전 테마를 ‘기부’로 잡았다. 앞으로 영역을 더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이승엽도 야구팬들에게 받은 큰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선행을 베풀었다. 이래서 사람들은 이승엽을 ‘국민타자’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