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전북에서 뛰던 외국인 선수 에두(34)가 최근 중국 리그로 이적했다. 에두는 전북을 떠나기 전까지 올 시즌 20경기에서 11골을 넣으며 득점 선두를 달렸다. 그런 선수가 중국 리그로 갔다. 그것도 2부 리그 팀 허베이(河北)로. 수원 소속이던 정대세(31)도 최근 일본 J리그 최하위 팀 시미즈 S펄스로 옮겼다. 정대세는 이적 전까지 21경기에서 6골, 5도움으로 수원의 전반기 2위에 기여했다.
K리그 대표 공격수들이 연이어 다른 리그로 가버리자 ‘연봉 공개 때문이다’는 말이 나온다. K리그 감독들의 말이다. 선수 연봉이 공개되는 바람에 구단이 투자를 줄였고, 그래서 선수들에게 예전처럼 많은 돈을 줄 수 없게 되자 선수들이 고액 연봉을 제시하는 중국, 일본 팀으로 옮겨갔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선수 연봉을 공개하지 않았을 때 중국, 일본, 중동 등의 리그로 이적한 선수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 허베이와 시미즈는 에두와 정대세에게 기존 연봉의 3배가 넘는 몸값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이 공개되지 않았더라도 전북과 수원은 두 선수를 붙잡기 힘들었다.
또 연봉을 공개하는 통에 구단 투자가 실제 줄었을까.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프로축구 출범 30면 만인 2013년 선수 연봉을 공개했다. 공개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간단하다. 구단 예산 중 거품 낀 선수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보니 구단들은 적자를 볼 수밖에 없었다.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서는 연봉을 현실화하고 공개하는 것이 최선책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완전한 연봉 공개는 아니다. 프로야구와 달리 축구 구단들은 연봉 총액만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 개인 연봉은 상징적으로 연봉 순위 1~3위만 공개하고 있다.
연봉 총액이 드러나면서 일부 구단이 지원을 줄인 건 맞다. 연봉 공개 전에는 “다른 팀도 다 우리만큼 씁니다”고 하면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구단의 씀씀이를 알게 됐다. 구단끼리 비교가 가능해진 것이다.
다른 팀보다 쓰는 돈이 많아도 더 많이 벌거나, 더 큰 효과를 거두면 구단들도 지원을 줄일 이유가 없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구단 별로 1년에 적게는 100억 원, 많게는 400억 원 가량의 돈을 쓰는 K리그 클래식의 지난 시즌 전체 관중 수입은 60억 원이었다. 지난 해 프로야구 관중 수입(617억 원)의 10분의 1이다. “경기 수가 훨씬 많은 야구와 비교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축구인들이 많다. 그러나 지난 시즌 프로야구 총 경기 수는 576경기로 K리그 클래식(228경기)의 약 2.5배였다. 10배나 많지 않았다.
그렇다면 홍보 효과는 어떨까. 관중이 없으니 흥행이 될 리 없다. 그러다 보니 TV에선 K리그 중계를 거의 안한다. TV중계가 안 붙는 스포츠에 스폰서들이 관심을 가질 리 없다. K리그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건 근래 기업구단 창단 사례가 없는 걸 봐도 알 수 있다. 2000년 이후 창단한 기업구단은 챌린지(2부 리그)의 이랜드 뿐이다.
그럼 K리그는 왜 흥행이 안 될까. K리그에서 10년 넘게 구단 프런트로 일하고 있는 A씨조차 “이 바닥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K리그 경기를) 본다. 내가 봐도 재미없다”고 했다. K리그 지도자들은 “스타 선수들이 연봉 많이 주는 해외리그로 다 빠져나가서 그렇다”고 항변할 것이다. 하지만 정대세는 이런 말을 남기고 일본으로 떠났다. “스타 선수가 있을 때도 관중은 없었다.” 연봉 공개를 탓하기 전에 연봉 공개 후 구단들이 예산을 줄인 이유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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