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경쟁이 후반기에도 뜨겁기만 하다. 21일(한국시간) 현재 다저스(53승41패)가 샌프란시스코(49승44패)에 3.5경기차로 앞서있지만, 두 팀의 치열한 선두싸움은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 선의의 경쟁
시즌 초반 기복이 심했던 클레이튼 커쇼가 에이스의 위용을 되찾고 있다. 올스타전에 출전하느라 19일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 3연전 중 2차전에 선발등판한 커쇼는 8이닝 동안 삼진을 무려 14개나 잡으며 3안타 무4사구 무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다. 5월 중순만 해도 4점대였던 방어율은 어느덧 2.68까지 내려왔다.
6월 6차례의 등판에서 방어율 2.16을 기록하고도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2승3패에 그친 커쇼는 7월 들어 ‘언히터블’의 면모를 되찾고 있다. 다저스가 1-2로 역전패를 당한 4일 뉴욕 메츠전에서 유일한 실점을 했을 뿐, 최근 2경기에선 17이닝 동안 단 1점도 내주지 않고 27개의 삼진을 빼앗았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 9연속경기 퀄리티 스타트로 ‘꾸준함’을 되찾은 점이다.
잭 그레인키는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역대 최고의 2선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일 내셔널스전에서 올 시즌 최다인 11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역시 8이닝 동안 3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특히 6이닝 1실점을 기록한 워싱턴 에이스 맥스 슈어저를 상대로 승리를 따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경쟁에서 한 발 앞서게 된 점이 고무적이다.
그레인키가 마지막으로 실점한 것은 6월 14일 샌디에이고 원정이다. 이후 6차례 등판에서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43.2연속이닝 무실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988년 오렐 허샤이저가 수립한 역대 메이저리그 최고인 59연속이닝 무실점 기록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커쇼는 강력한 직구와 예리한 슬라이더, 낙차 큰 커브의 3가지 구종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반면 그레인키는 다양한 구종과 구속의 변화로 타자의 타이밍을 흐트러트리는 데 일가견이 있다. 특히 홈 플레이트 부근에서 뚝 떨어지는 싱킹 패스트볼로 큰 재미를 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투수는 21일 메이저리그가 발표한 내셔널리그 금주의 선수로 나란히 뽑혔다. 둘의 공통점으로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을 꼽을 수 있다. 상대보다 더 나은 투구를 하겠다는 선의의 경쟁이 누구나 인정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원투펀치를 만들고 있다.
● 류현진의 빈자리
커쇼와 그레인키가 매경기 맹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은 좌불안석이다. 아무리 막강 원투펀치를 보유하고 있어도 월드시리즈 진출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년 연속 14승씩을 거둔 류현진의 공백은 시즌이 거듭될수록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트레이드 마감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2년 전 다저스는 리키 놀라스코를 영입해 루키 류현진과 3선발 경쟁을 시켰다. 포스트시즌에서 매팅리 감독의 선택은 류현진이었다. 지난 시즌에는 선발투수 영입에 사활을 걸지 않아도 됐다. 류현진이 다른 팀 에이스와 견줘도 전혀 손색없는 투구를 한 덕분이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상황이 다르다. 류현진에 이어 4년 4000만달러에 영입한 브랜든 매카시마저 부상으로 낙마해 수준급 투수를 영입하는 것이 당면과제다. 브렛 앤더슨은 6월 이후 비교적 선전하고 있지만 5승(5패)밖에 올리지 못했다. 임시선발로 출발해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확보한 마이클 볼싱어는 14차례의 선발등판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5번밖에 못했다. 최근 7경기에서 6이닝을 소화한 것도 고작 한 차례뿐이다.
다저스는 시즌 초부터 관심을 기울인 콜 해멀스(필라델피아)의 상태를 관찰하기 위해 스카우트를 파견했다. 그러나 해멀스는 11일 자이언츠전에서 3.1이닝 9실점으로 무너진 데 이어 20일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홈경기에서도 3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다.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켜도 중도 탈락한다면 내년 시즌을 기약할 수 없는 매팅리 감독으로선 류현진의 빈 자리가 더욱 그리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