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치기 어려운 볼은 빠른 볼이다. 알고도 못 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한 어깨는 신의 축복으로 불린다. 미완의 파이어볼러가 팀에 있으면 속고 또 속아도 감독, 코치들이 쉽사리 외면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불같은 강속구를 앞세워 타자를 윽박지르는 투구는 투수들의 로망이다. KBO리그에도 강렬한 이미지의 강속구 투수들이 즐비한데, 이들 중 진짜 ‘직구 지존’은 누구일까. 스포츠통계전문회사 스포츠투아이에 의뢰해 올 시즌 100구 이상의 패스트볼을 던진 투수의 평균구속 순위를 뽑아봤다.
● 직구 평균구속이 150㎞ 넘는 투수는 LG 소사
1위(150.41㎞)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우완 헨리 소사(LG)다.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평균 150㎞를 웃돌았다. 소사는 넥센에서 뛰었던 지난해에도 평균 150.62㎞를 찍었다. 직구 구속이 거의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한국에 온 직후만 해도 구종마다 투구폼이 노출되고, 제구력에도 약점이 있었지만 지난해 직구-슬라이더의 투 피치 투수로 콘셉트를 잡은 뒤 위력이 배가됐다. 소사의 롤모델이었던 릭 밴덴헐크(전 삼성)가 지난해 KBO리그 직구 구속 랭킹 1위(152.15㎞)였다. 그가 일본 소프트뱅크로 떠나자 소사가 지존이 됐다. 밴덴헐크를 대신해 삼성이 영입한 알프레도 피가로는 149.71㎞로 3위다. 타자들 사이에서 “좋은 투수이지만 밴덴헐크 정도는 아니다”는 평이 있었는데, 수치로도 증명된 셈이다.
● 불펜에 더 많이 몰려있는 파이어볼러
국내투수 중에선 넥센 김영민(149.77㎞·2위)과 조상우(148.88㎞·4위), kt 안상빈(148.40㎞·5위)과 장시환(147.55㎞·8위), KIA 한승혁(147.75㎞·6위), 두산 김강률(147.57㎞·7위), NC 이민호(146.93㎞·9위) 등 불펜요원들이 톱 10에 들었다. 대부분 제구력에 약점을 지닌 투수들이다. 그러나 장시환과 조상우처럼 영점이 잡히면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한다. 독특하게도 KBO리그의 토종 에이스들은 톱 10에 없다. SK 김광현, KIA 양현종, 두산 유희관, 삼성 윤성환, 롯데 송승준 등은 컨트롤과 경기운영능력으로 타자를 압도한다. 100구 이상을 책임지기 위해 완급을 조절하는 선발투수의 특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메이저리그가 아닌 이상 140㎞대 초반의 직구만 있어도 통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 투수에게 정말 중요한 요소는 스피드보다 제구력과 경기운영능력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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