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18.44km] SK의 대반격이 기대되는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7월 23일 05시 45분


SK 김용희 감독. 스포츠동아DB
SK 김용희 감독. 스포츠동아DB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말이 있다. ‘가장 비관적인 자가 가장 최후까지 살아남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와 반대로 2015시즌 SK는 ‘삼성의 대항마’라는 낙관론에서 출발한 것이 결과적으로 낭패의 씨앗이었다. 성과가 나지 않자 실망감이 더 커졌다. ‘시스템 야구’라는 SK의 가치도 후퇴했다. 그런데 전반기에 악재만 쌓인 팀치고는 잡음이 거의 안 들린다. 민경삼 SK 단장은 속이 말이 아닐 텐데도 “우리 감독님 잘 챙겨달라”는 당부를 자주 한다. SK 프런트 실무진이 추천한 감독이라 더 엄격할 법한데도 그렇다. 김 감독도 전반기 6위에 대해 그 어떤 핑계를 대지 않는다. 다만 취재진에게는 “우리 선수들 기사 잘 써달라”는 부탁을 빼놓지 않는다. 선수들도 남 탓을 하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훈련하고 미팅한 적도 있었다. 인간을 움직이는 세 가지 요인은 ①공포 ②이해관계 ③이타심인데 대개의 팀이 1·2번으로 돌아가는 반면 SK는 2·3번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바깥에서 보기에 SK의 약점은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데 있는 것 같다. ‘팀이 위기에 처하면 구성원이 의지할 리더가 있어야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야구팀의 관례였다. 그러나 SK는 구조적으로 특정인물에 힘이 쏠려 있지 않다. 누가 주입해서 아는 것이 아니라 감독은 감독의 일, 프런트는 프런트의 일, 선수는 선수의 일을 잘할 때 활로가 생긴다는 진리를 전반기 시행착오를 거쳐 선수단 전체가 어렴풋이 체득하는 단계다. 카리스마 리더의 지시대로만 죽어라 따라가면 됐던, 익숙했던 과거 ‘왕조시대 SK’와의 결별이다. 권한을 분할하고 공과를 나눠 갖는, 한 배를 탄 공동체 의식이 구성원 전체로 침투하고 있다.

#SK 운영팀은 최근 선수고과 방식을 약간 손질했다. 개인성적에 편중된 점을 다소 수정하고 팀을 위한 공헌도를 보강했다. 가령 ‘벤치에서 얼마나 열심히 동료들을 독려하느냐’도 고과에 들어간다. 전반기 시련을 통해 SK는 과거의 영광이 현재를 담보하지 않는 현실을 배웠다. 아무리 숭고한 철학도 당장 이기지 못하면 조롱거리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오류도 많지만, 현실에 발을 디디고 신속하게 교정하는 것이 SK의 힘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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