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는 KIA로 이적한 뒤 한층 더 성숙한 피칭으로 팀 마운드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화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던 그는 트레이드를 통해 야구인생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제2 야구인생’ 연 KIA 김광수
이적 후 방어율 2.25…KIA 핵심불펜 역할 벌써 30대중반…“마흔 넘어서도 야구해야죠”
KIA와 한화는 5월 6일 3대4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한화에서 투수 유창식과 김광수, 외야수 노수광과 오준혁이 KIA로 건너가는 대신 KIA에서 투수 임준섭과 박성호, 외야수 이종환을 한화로 보내는 대형 트레이드였다. 당시 가장 화제가 된 선수는 단연 유창식. 한화가 계약금 7억원을 주고 영입했던 젊은 왼손투수를 보낸다는 소식에 야구계가 떠들썩했다.
그 후 2개월이 지났다. KIA 김광수(34)는 지금 이 트레이드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통한다. 늘 불안정했던 KIA 불펜에서 없어선 안 될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한때 LG의 필승조로 자리매김했지만, 지난 3년간 한화에서 별다른 활약 없이 묻혀 있었던 김광수다. KIA 유니폼을 입은 그에게 제2의 야구인생이 열렸다. 23일 대구 삼성전에 앞서 만난 김광수는 “새 팀에 온지 얼마 안 됐지만, 원래 있던 팀처럼 금세 적응하고 녹아들었다. 무엇보다 다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게 기쁘다”며 웃어 보였다.
잘 알려진 대로 김광수는 올해 초 한화에서 좌절을 경험했다. 지난해 말 마무리캠프부터 열심히 몸을 만들고 새 시즌을 준비했지만,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합류한지 하루 만에 다시 짐을 싸서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솔직히 속이 많이 상했고, 의욕이 꺾였다. 잠시 야구를 그만할 때가 된 건지 고민도 했다”며 “계속 희망은 가져봤지만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런 그에게 KIA행은 마지막 동아줄이자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이범호, 김주찬, 박기남, 이성우 같은 동갑내기 친구들부터 한참 어린 후배들까지 모두 그에게 따뜻하게 손을 내밀었다. KIA 김기태 감독도 그가 곧바로 함평 숙소에 들어갈 수 있게 배려했다.
김광수는 “예전에 나를 상대해봤던 야수 친구들이 밥을 먹으면서 편하게 ‘공은 좋은데 너무 공격적으로만 던지는 게 문제였다. 패턴에 조금만 변화를 주면 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얘기해줘서 많은 도움이 됐다”며 “주변에서도 ‘네가 공을 던지는 모습을 다시 보니 참 좋다’고 얘기해주는 사람이 많았다. ‘아, 내가 그래도 잘 살고 있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광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의욕적이다. 6월 17일 잠실 LG전에 처음으로 등판한 뒤 이달 23일까지 14경기에서 16이닝을 던져 방어율 2.25를 기록하고 있다. 11일 문학 SK전 이후 6연속경기 무실점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그는 “몸에서 ‘야구 아드레날린’이 나오는 느낌이다. 경기 전에 준비도 충실히 하고, 잠도 일찍 자면서 내가 뭔가 야구를 잘해보려고 노력하는 과정들이 다 재미있게 느껴진다”며 “처음에는 그냥 1군에서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지금은 투수들이 많이 지쳐 있으니까 내가 자주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베테랑 투수. 그러나 그는 지금 과거를 돌아보기보다 미래를 내다본다. 김광수는 “그냥 소리 소문 없이 잊혀져 가는 게 가장 마음이 아팠다. 앞으로 더 오래, 마흔이 넘어서까지 야구를 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마음이라면, 김광수의 이름은 지금까지보다 앞으로 더 많이 기억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