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경기 출전 앞둔 김병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4일 17시 15분


“600경기 출전하고 나서 700경기 출전을 목표로 삼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힘들겠지 싶었는데, 하다 보니 또 여기까지 왔네요.”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전남의 골키퍼 김병지(45·전남)가 26일 제주와의 안방 경기에서 개인 통산 700경기 출장 기록(역대 1위)을 세운다. 이 부문 역대 2~5위는 모두 은퇴했다. 현역 선수 중에서는 398경기를 뛴 이동국(36·전북)이 김병지 다음으로 많은 경기를 뛰었다. K리그의 한 시즌 팀당 경기 수가 40경기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김병지의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1992년 울산 현대에서 프로에 데뷔해 포항, 서울, 경남 등 5개 팀을 거친 김병지는 국내 프로축구 현역 선수 중 최고령이다. 소속 팀 전남의 노상래 감독, 김태영 코치와 1970년생 동갑내기지만 생일은 김병지가 제일 빠르다. K리그 클래식 12개 팀 감독 중 김병지보다 나이가 많은 사령탑은 최강희(56·전북), 김학범(55·성남), 황선홍(47·포항) 감독뿐이다. 전남의 막내 이창민(21)은 김병지가 프로 데뷔를 할 때 태어나지도 않았다. 이창민과 이종호(23) 등 1990년 이후 태어난 전남 선수들은 김병지를 삼촌이라고 부른다. 김병지는 26일 경기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역대 최고령 출전 기록도 45년 3개월 4일로 늘린다.

40대 중반에 들어섰지만 김병지의 경기력은 여전하다. 그는 24일 현재 올 시즌 팀의 22경기 중 20경기에 출전했다. 20~30대인 후배 골키퍼 김민식(30), 한유성(24)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다. 20경기 중에는 무실점 경기도 7번이나 있었다. 권순태(31·전북·8회)에 이어 리그 전체 2위다.

김병지는 “전성기 때에 비해 골킥 비거리가 짧아지는 등 파워는 줄었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쌓여가는 경험이라는 무기가 있다”고 말했다. 김병지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1998년 10월 24일에 열렸던 포항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꼽았다. 당시 울산 소속이었던 김병지는 후반 45분에 드라마 같은 헤딩 골을 터뜨리며 팀에 2-1 승리를 안겼다. K리그 최초의 골키퍼 득점이었다. 김병지의 헤딩골로 1, 2차전 합계 4-4를 만든 울산은 승부차기 끝에 포항을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700경기 출전을 눈앞에 둔 김병지는 777경기 출장을 다음 목표로 정했다. 주전으로 계속 뛴다면 그의 나이 마흔일곱이 되는 2017년에 달성 가능하다. 김병지는 “숫자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해 왔듯이 뚜벅뚜벅 가다보면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병지는 그동안 100단위 출장 경기에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 100번째 출장이었던 1996년 4월 17일 경기에서 이긴 이후 100단위 5경기에서는 모두 패했다. 그는 “예전에는 4-3으로 이기는 것보다 0-0으로 비기는 날이 더 좋았다”며 “하지만 이제는 내가 5골을 먹더라도 팀이 이기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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