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 “신인왕 욕심 버리니 데뷔 첫승이 오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8일 03시 00분


롯데 박세웅 선발 12번 도전 끝 V투

“민호 형이 사인 내는 대로 믿고 던지니 좋은 결과가 나왔어요.”

천신만고 끝에 얻은 1승이지만 그는 공을 포수 강민호(30)에게 돌렸다. 프로 데뷔 후 19경기에서 7패만 떠안았던 박세웅(20·사진)은 25일 KIA를 상대로 프로무대 첫 승을 기록했다. kt에서 6번, 트레이드된 롯데에서 6번의 선발등판을 하며 번번이 패배의 눈물을 흘렸던 그에게는 12번의 도전 끝에 얻은 귀중한 1승이다.

프로에 데뷔할 때까지만 해도 1승이 이렇게 힘들 줄 그는 전혀 몰랐다. “경운중과 경북고 재학 시절은 물론이고 퓨처스 시절에도 이렇게 안 풀린 적은 없었죠.” 신생팀 kt의 에이스감으로 기대를 모았던 그는 올 시즌 개막전까지만 해도 ‘신생팀 출신 신인왕’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그는 4월 1일 삼성 윤성환과 선발 맞대결을 벌인 1군 무대 데뷔전에서 5이닝 동안 4실점 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내가 던지고 있으면서도 윤성환 선배 던지는 걸 보고 감탄만 했어요. 제구력도 좋고 변화구도 좋고….”

5월 1일 NC전에서 비록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7이닝 2실점으로 자신감을 회복한 순간 그는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갓 스무 살, 탄탄대로만 걸어온 신인에게는 큰 굴곡이었다. “잘하려고 했던 욕심이 과했던 것 같아요.” 몇 게임 하다 보면 할 수 있을 줄 알았던 1승은 닿을 듯 닿지 않았다. “빨리 하고 싶었는데 답답했죠.”

가장 힘들었던 순간 그는 프로무대에서 첫 교훈을 배웠다. “아무리 잘 던지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고 던져도 원하는 성적이 나오진 않더라고요. 욕심을 내려놓고 나니 좀 더 쉽게 풀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는 더이상 신인왕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집중해 지금 페이스를 잘 유지하며 시즌을 마치는 것만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최근 kt에 1차 지명을 받은 동생 박세진(18·경북고)에게 별다른 조언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2년 전 자신의 길을 그대로 따라 걷는 동생인데 말이다. “일단 한번 겪어보라고 일부러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자기가 겪어봐야만 알 수 있는 거니까요.” 12번의 선발 등판 만에 1승을 거둔 형이 동생의 프로무대 진출을 축하하는 방식이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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