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장 집어삼킬 ‘21기 황금기수’가 떴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7월 29일 05시 45분


성낙송-황인혁-배정현(맨 왼쪽부터).
성낙송-황인혁-배정현(맨 왼쪽부터).
성낙송 200m SS급 기록…맨 먼저 특선급 월반
황인혁 8연승 질주하며 21기 두번째로 특선급
배정현도 2승 추가…하반기 블루칩으로 부상


한국프로야구에 ‘01학번 황금세대’가 있다면 경륜장엔 ‘21기 황금기수’가 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태어난 ‘82년생’들은 한국프로야구판을 뒤흔들었다. 추신수 이대호 김태균 정근우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2000년 캐나다 애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뿐만 아니다. 이들이 주축을 이뤄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제2회 WBC 준우승,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이어져 한국프로야구의 황금세대를 구축했다.

경륜장에도 야구의 ‘01학번 황금세대’ 못지않은 ‘21기 황금기수’가 나타났다. 그동안 입소문으로만 떠돌던 ‘무시무시한 놈’들이 소문이 아니라 현실의 주인공이 됐다. 21기 새내기 성낙송과 황인혁 배정현 정하늘이 그들이다. 지난 3일 데뷔전을 치른 21기 새내기들이 연일 수준급 경기력으로 준수한 성적을 내면서 기대 이상이란 호평을 끌어내고 있다.

● 신예 성낙송 황인혁 특선급으로 초고속 질주

데뷔전부터 요란했다. 첫날(7월3일) 동기 중 가장 첫 번째로 데뷔전에(선발2경주) 나선 이찬우가(12위) 한 바퀴 선행으로 우승을 차지한 것을 신호탄으로 4경주 정하늘이(9위) 뒤질세라 1위로 화답하며 빛나는 신고식을 치렀기 때문. 대미는 역시 수석졸업생이자 21기 간판으로 꼽히는 성낙송이 장식했다. 졸업순위 상위 7명이 출전한 9경주에서 성낙송은 이날 우수는 물론 특선급에서도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10초87(마지막 200미터 랩타임)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일생의 한번뿐인 신인왕 타이틀을 획득했다.

첫 등장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성낙송은 급기야 4일 경주에선 한 바퀴 선행을 시도하며 333미터를 18초14에 끊었고 200미터 10초89를 기록하며 스피돔에 온 팬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단순히 기량만 놓고 보자면 슈퍼특선반(SS급) 못지않다. 이 괴물 신인의 등장으로 객석은 요동쳤다. 또한 훈련원 관계자들이 주저하지 않고 슈퍼특선급 다리로 꼽았던 것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성낙송은 데뷔 첫 주 우승 후 창원 28회차(7.17-19) 역시 챔피언에 오르며 2연속 입상에 성공(6전 4승), 동기 중 가장 먼저 월반에(특선급) 성공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성낙송과 함께 슈퍼특선급 유망주로 꼽혔던 황인혁은 신인왕전에서 성낙송에게 패했지만 이후 기존 선수들과의 대전에서는 무패 행진 중이다. 지난주 3승을 추가, 거침없이 8연승을 질주하며 21기 중 두 번째 특선급에 합류했다. 이른바 ‘성황돌풍’(성낙송-황인혁 돌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다.

● 배정현도 특선급 다리…하반기 블루칩으로 부상

철저한 자력 승부형인 두 선수와 달리 마크 비중이 크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던 배정현 역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첫 주 내리 2착만 세 번 기록한 후 부산 21회차(7.17-19)에서 2승을 추가, 현재 연대율이 무려 83%로 얼마나 시간을 앞당기느냐가 문제일 뿐 역시 특선급 다리라는 것이 경륜 전문가들의 한목소리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존재하는 법. 21기 ‘빅4’ 로 꼽혔던 정정교가 여섯 경주 중 2착만 한번으로 위 선수들과 대조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7위 강진원이 4승을 포함 9경주 연속 삼연대율 100%를 기록 중인 걸로 봐서 섣부른 예단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졸업순위 중하위권 선수들의 선전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9위 정하늘은 광명과 창원을 오가며 6연승, 승률 100%로 우수급 월반에 성공해 새로운 보증수표로 떠올랐고, 13위 유근철도 첫날 2착한 이후 최근 4연승을 달리며 연대율 90%를 기록 중이다. 이쯤 되면 21기는 상·하위가 고른 전력을 보이며 좀처럼 버릴 선수가 없다는 결론이다.

특히 후반기 승강급 변동이 적용된 첫 주에 기존의 숱한 강급자들과 겨룬 성적이기에 더 의미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성황돌풍’에 힘입어 후반기 벨로드롬 최고의 이슈로 떠오른 21기들. 그들이 하반기 블루칩으로 급부상할지 경륜계는 주목하고 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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