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이적생 수상자 5명뿐이니 SK로 간 정의윤, 축하 받을만해
마운드 쪽에선 ‘탈센’ 두드러져… 넥센 출신 이태양-장시환 등 두각
“팬들로부터 ‘이제 네가 팀을 떠나 잘할 차례’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묘했다. 다들 축하한다고 하는데 이게 축하받을 일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24일 LG에서 SK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정의윤(29)의 트레이드 소감입니다. 언론들은 이 말을 정의윤이 ‘탈G효과’를 언급했다는 설명과 함께 전했습니다. 탈G효과는 ‘탈(脫)LG 효과’를 줄인 표현. LG에서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던 선수들이 팀만 옮기면 펄펄 난다는 뜻입니다. 특히 타자 쪽에서 이 효과가 두드러집니다.
LG를 떠나 최우수선수(MVP)가 된 선수만 해도 김상호(50·당시 OB) 김상현(35·당시 KIA) 박병호(29) 서건창(26·이상 넥센) 등 네 명이나 되니 탈G효과가 영 틀린 말은 아닙니다. 게다가 정의윤은 2005년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때 LG에서 오승환(33·한신)을 거르고 선택할 만큼 기대치가 높았던 선수였습니다. 그런 선수가 끝내 팀을 떠나게 됐으니 팬들도 애정이 없으면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지 못할 겁니다.
거꾸로 탈G효과의 최고 수혜자는 넥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위에 언급한 MVP 선수 중 두 명이나 뛰고 있다는 게 제일 큰 이유입니다. 게다가 ‘염갈량’ 염경엽 감독(47) 역시 프런트 직원과 코치로 LG에 몸담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사는 돌고 도는 법. 넥센은 투수 쪽에서 ‘탈센(탈넥센)효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LG 윤지웅(27), SK 전유수(29), NC 임창민(30)과 이태양(22), kt 장시환(28) 등이 모두 팀을 옮긴 이유와 사정은 다르지만 한때 넥센 소속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들이 각 팀에서 주축 투수로 자리 잡는 동안 넥센은 쓸 만한 투수가 부족해 애를 먹고 있습니다. 염 감독이 “박병호 서건창 유한준(34) 김민성(27) 등을 지켜보면서 후배 타자들도 시즌을 어떻게 준비하고 경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알게 된다. 반면 투수 쪽에서는 성공 사례가 부족하다 보니 에너지가 아래쪽으로(후배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며 답답해할 정도입니다.
탈G효과든 탈센효과든 이 선수들이 팀을 옮겨 잘되는 이유는 뭘까요. “누구에게나 맞는 옷은 따로 있는 것 같다”는 장시환의 말 속에 진실이 들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kt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장시환이지만 옛 현대∼넥센에서 7년 동안 뛸 때는 평균자책점 7.37에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던 별 볼 일 없는 투수였습니다. 어쩌면 장시환에게는 처음부터 ‘풍경의 전환’이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분명한 건 장시환이든 그 어떤 선수든 스스로 먼저 포기했다면 자기에게 맞는 옷을 입어 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최선을 다했는가. 아니라면 최선을 다해라. 만약 최선을 다했다면 그때가 비로소 시작이다.” 이충희 전 프로농구 동부 감독(56)이 학창 시절 농구를 그만두려고 할 때 아버지가 해주신 말씀이라고 합니다. 종목이 다르다고 이 조언이 갖는 무게감이 다르지는 않을 겁니다.
꿈을 이루고 싶어 최선을 다했는데 여전히 잘 안 풀리나요? 그렇다고 벌써 포기하지는 마세요. 이제 진짜 시작할 자격을 얻으신 겁니다. 그 대신 가끔 다른 길은 없나 둘러보는 걸 잊지 마세요. 프로야구 선수 대부분은 몸담을 곳을 다른 사람들이 결정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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