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라트로이 호킨스(왼쪽)가 6일(한국시간) 미네소타전에서 9-7 승리를 지켜내며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을 상대로 모두 세이브를 챙기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원래 마무리 투수가 아니지만 존 기본슨(오른쪽) 감독의 배려로 얻은 세이브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PO경험 4차례…토론토 PS진출 구세주 기대
현역 최고령 투수인 라트로이 호킨스(43·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대기록을 완성했다. 메이저리그 21년차의 베테랑으로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예정인 호킨스는 6일(한국시간) 30개 전 구단을 상대로 세이브를 올린 13번째 선수가 됐다. 상대는 1995년부터 2003년까지 몸담았던 친정 팀 미네소타 트윈스였다. 9회초 9-7로 앞선 세이브 기회에서 꺼낸 존 기본스 감독은 카드는 로베트로 오수나나 애런 산체스가 아니라 호킨스였다. 그러나 호킨스는 등판하자마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상대의 번트로 이어진 1사 2·3루 절체절명의 순간, 호킨스는 백전노장답게 3루수 파울 플라이와 좌익수 플라이로 막아내 경기를 매조지했다. 지난달 29일 트레이드 마감을 이틀 앞두고 트로리 툴로위츠키와 함께 블루제이스로 이적한 후 처음이자 올 시즌 3번째 세이브를 달성하게 됐다.
● 저니맨
콜로라도 로키스와 블루제이스가 단행한 트레이드의 핵심은 유격수 툴로위츠키와 호세 레예스의 교환이다. 하지만 42세의 노장 호킨스가 이 트레이드에 포함됐다는 점은 눈여겨 볼 만한 사실이다. 막강 화력을 지닌 블루제이스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불안한 불펜진에 힘을 보탤 적임자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블루제이스는 호킨스의 11번째 팀이다. 빅리그 경력 초반만 해도 호킨스는 저니맨과 거리가 먼 선수였다. 1995년 데뷔한 후 2003년까지 트윈스에서만 뛰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12년 동안 그가 입은 유니폼은 무려 10개. 시카고 컵스(2004∼2005)를 시작으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2005), 볼티모어 오리올스(2006), 콜로라도 로키스(2007), 뉴욕 양키스(2008), 휴스턴 애스트로스(2008-2009), 밀워키 브루어스(2010-2011), LA 에인절스(2012), 뉴욕 메츠(2013), 콜로라도 로키스(2014-2015)를 거쳤다. 전성기만 못하지만 여전히 150km를 상회하는 강속구를 던지는 호킨스의 상품 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호킨스보다 더 많은 팀을 전전한 선수는 옥타비오 도텔(13팀), 맷 스테어스, 론 빌론, 마이크 모건(이상 12팀) 등 4명뿐이다. 호킨스의 빅리그 통산 성적은 74승94패 127세이브 방어율 4.31이다.
● 마지막 소원은 월드시리즈 우승
블루제이스는 1992년부터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후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6일 현재 57승52패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선두 뉴욕 양키스를 4.5경기차로 추격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포스트시즌에 나설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는 판단을 내린 구단 수뇌부는 좌완 에이스 데이빗 프라이스와 유격수 툴로위츠키를 영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또한 2007년 월드시리즈 진출을 비롯해 플레이오프 진출 경험이 4차례나 되는 호킨스의 가세로 어린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불펜진 안정에 힘을 기울였다.
호킨스는 컵스 소속이던 2004년 9월12일 플로리다 말린스를 상대로 무결점 이닝으로 세이브를 올렸다. 제프 코나인, 후안 엔카르나시온, 알렉스 곤살레스를 공 9개로 모두 삼진 처리한 것이다. 지금은 10여 년 전처럼 90마일대 후반의 불같은 강속구를 뿌리지 못하지만 풍부한 경험을 쌓으며 제구력이 크게 향상돼 여전히 정상급 불펜 투수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6월 부상자명단에서 복귀한 후 호킨스는 20.1이닝 동안 단 2점만을 허용했다. 특히 16개의 삼진을 잡아내 정상 구위를 되찾았음을 과시하고 있다.
현재 블루제이스의 마무리는 약관 20세의 루키 로베르토 오수나가 맡고 있다. 뛰어난 구위를 지녔지만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블루제이스가 가을잔치 진출에 성공한다면 호킨스의 영입은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