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4번타자 박병호(29)는 매일 성장하는 타자다. 9일 대구 삼성전에서 토종 타자로는 사상 처음으로 4년 연속 100타점 고지를 돌파했고, 이제는 4년 연속 홈런왕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10일 삼성전에서도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3타점을 올리는 등 이날 현재 38홈런-104타점으로 2개 부문 모두에서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다. 기복 없이 꾸준한 모습으로 자신을 괴롭혀왔던 슬럼프마저 떨쳐낸 모습이다. 진화의 결정적 증거다.
● 박병호, 슬럼프가 없다!
박병호는 지난해 52홈런을 때리며 50홈런 고지를 넘은 역대 3번째 타자가 됐다. 2003년 이승엽(삼성·56개)과 심정수(현대·53개) 이후 11년만이었다.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6월 27일 잠실 두산전에서 29홈런(67경기)을 때리며 KBO리그 단일시즌 최다인 이승엽의 56홈런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산술적으로는 최대 58홈런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독한 아홉수에 걸리며 약 보름 동안(11경기) 홈런을 때려내지 못했다. 같은 기간 타율은 0.150으로 뚝 떨어졌다. 극심한 심적 부담을 토로했다. 결국 7월 11일 목동 NC전에선 339연속경기 선발출전 기록도 깨졌다. 스스로 가장 아끼던 기록이었다. 시즌 말미에도 비슷한 양상이 지속됐다. 48홈런을 치고도 다시 10경기에서 침묵하며 애를 태웠다. ‘3년 연속 홈런왕’은 극심한 슬럼프와 부침 속에 만들어졌다.
올해는 확실히 강해졌다. 초반 홈런 페이스가 뚝 떨어지며 이 부문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몸쪽 승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안타 생산력은 크게 늘었다.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늘면서 비거리는 줄었지만 안타 확률은 높아졌다. 그 결과 시즌 초반부터 타율 5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매월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며 10일 현재 타율 0.345를 기록 중이다. 6월 9홈런을 때린 뒤 7월 10홈런을 기록하며 이달의 선수를 차지했다. 타격에는 기복이 있다고 하지만, 슬럼프를 짧게 겪으면서 더욱 무섭게 진화하고 있다.
● 강정호의 뒤를 이을까?
강정호(피츠버그)는 지난해 타율 0.356-40홈런-117타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그 같은 기세를 몰아 KBO리그 야수 중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최대 한달 여에 걸쳐 지속됐던 슬럼프를 줄이면서 최고 성적을 남길 수 있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강)정호는 매해 한달여 동안 슬럼프를 겪었지만 지난해 그 기간을 크게 줄이면서 좋은 성적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강정호는 2012년 7월 27일부터 8월 26일까지 타율 0.203에 그쳤고, 2013년에도 같은 기간 0.250으로 부진했다. 슬럼프는 한달 가량 지속됐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7월과 8월 각각 타율 0.418, 0.425를 기록하며 순항했다. 박병호도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 슬럼프 없이 더욱 무서운 타자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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