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넬 임과 랜디 그리핀, 마리사 브랜트(왼쪽부터)가 7일 서울 양천구의 한 호텔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있다. 이들은 올림픽 대표선수로 선발될 경우 현재의 학업과 직장생활을 한동안 그만두어야 하지만 “한국에서 아이스하키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지난해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했지만 고민이 생겼다. 뛸 선수가 부족했다. 국내 여자 선수는 100명이 안 된다. 팀은 단 한 곳도 없다. 대표 선수로 뛸 수 있는 16세 이상 선수는 10여 명에 불과하다. 22명의 정원도 채우지 못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3명의 선수가 협회의 부름에 응답했다. 랜디 그리핀(28·미국), 마리사 브랜트(27·미국), 대넬 임(임진경·23·캐나다)이다. 2∼6일 열린 카자흐스탄과의 친선경기 4연전에 초청 선수로 나선 이들은 한국의 2승(2패)을 이끌었다. 한국이 카자흐스탄을 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리핀은 미국 대학 1부 리그 소속인 하버드대에서 주 공격수로 활약했다. 2010년부터 듀크대에서 생물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브랜트는 생후 3개월 때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임진경의 부모는 교포 2세다. 브랜트는 구스타브 아돌프대, 임진경은 윌프리드 로리에대에서 선수로 뛰었다.
3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카자흐스탄과의 경기에 출전한 하버드대 공격수 출신 랜디 그리핀.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그리핀은 “한국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어머니도 좋아하셨다. 아이스하키도 다시 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임진경은 “하키를 했던 경험을 대표팀에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귀화나 국적 회복을 통해 한국 대표선수가 되려 한다. 브랜트는 국적 회복 신청만 하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그리핀과 임진경은 귀화를 알아보고 있다. 그리핀은 “쉬운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올림픽 때 꼭 태극마크를 달고 뛰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생계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현재의 학업과 직장생활을 한동안 중단해야 한다. 대표팀에서는 훈련 수당만 줄 뿐이어서 숙식 등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5월 졸업해 캐나다에서 직장을 알아보던 임진경과 미국에서 회계 관련 일을 하고 있던 브랜트는 한국에서 영어 강사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대표팀에서 뛰어주는 것만도 고마운데 경제적인 지원을 못해줘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들은 환하게 웃었다. 브랜트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평창에서 한국팀이 1승도 올리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 우리는 함께 희망을 나누고 전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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