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세종시 조치원체육공원 축구장에서 열린 국민생활체육회(국체회) 스포츠클럽 세종시축구리그 청년부 연기원 FC와 첫마을 FC의 경기. 경기 시작 전 심판이 선수들 얼굴과 주민등록증을 일일이 확인했다. 순수 아마추어 축구리그지만 선수 출신 부정 선수를 넣어 승리하려는 팀이 많아서다. 그만큼 승리에 대한 열정이 높다.
전후반 25분씩 치러지는 경기에서 종료 직전 첫마을 선수와 벤치는 일제히 심판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상대 아크서클 부근에서 상대의 핸드볼 반칙이 있었는데 발이 페널티지역 안에 있어 페널티킥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첫마을이 1-2로 지고 있어 페널티킥을 얻으면 무승부를 기록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주심은 페널티지역 밖에서 파울을 했다고 보고 프리킥을 선언했다. 첫마을 선수들은 곧바로 수긍하고 돌아섰다. 방위보 첫마을 회장(54)은 “심판도 사람이다. 월드컵에서도 오심이 나오지 않나. 이의 제기는 하지만 판정에 따르는 게 도리다”라고 말했다. 결국 연기원이 2-1로 이기고 경기는 끝났다. 연기원은 오후에 열린 금강 FC와의 2차전에서 4-1로 이겼고, 첫마을도 상록 FC를 4-1로 꺾었다.
국체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진국형 클럽리그를 만들기 위해 도입한 전국 시군구 축구리그는 ‘조기축구회’ 회원들에게는 ‘꿈의 리그’다. 시군구 축구리그는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이 순수 아마추어 팀을 수준별로 단계적으로 나눠 리그를 운영하듯 체계적인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었다. 축구선수로 월드컵에 나가는 게 목표이듯 조기축구회 선수들에게는 시군구리그에서 뛰는 게 큰 영광이다. 세종시축구연합회에 가입된 팀이 19개지만 자체 리그에서 8위까지 든 팀만 참가해 리그를 벌인다. 전국적으로 40개 리그가 있고 각 리그 1위 팀은 연말에 클럽 최강전에 출전해 전국 우승컵을 놓고 맞붙는다. 정헌길 세종시 축구연합회 사무처장(45)은 “아마추어라고 해서 무시하면 안 된다. 실력도 수준급이고 특히 승부욕은 국가대표 뺨칠 정도로 강하다”고 말했다.
시군구리그에 참가한 팀들은 대부분 주말에 공을 찬다. 첫마을은 세종시가 생긴 뒤 조성된 신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주축이다. 회원이 140명이나 된다. 첫마을 감독인 김종수 씨(48·국토교통부 공무원)는 “4년 전 경기 과천시에서 세종시로 내려오면서 가입해 축구를 하고 있다. 주말에 모여서 공차는 재미가 쏠쏠하다. 단체경기다 보니 지역 선후배끼리 자주 어울리면서 정을 나누기도 해 좋다”고 말했다. 방 회장은 “신도시다 보니 공 찰 곳이 적은 게 흠이다. 중앙공무원 시설을 개방하지 않아 시민들이 이용할 시설이 적다. 시 차원에서 축구장을 좀 더 마련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종시에는 일반 시민이 쓸 수 있는 축구장이 단 3개라고 한다.
연기원의 송진석 씨(40·회사원)도 감독 겸 선수다. 이날도 후반 초반까지 벤치에서 선수들을 지휘하다 수비가 흔들리자 그라운드로 들어가 중앙수비수를 보면서 상대의 결정적인 공격을 여러 차례 차단했다. 송 씨는 “축구는 폭발적인 파워를 분출할 수 있어 좋다. 주말에 몇 경기를 하고 나면 한주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간다. 열심히 해 꼭 세종시 대표로 전국 최강전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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