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서 뒹군 첫 한일전… 고지대 적응 마스크 훈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3일 03시 00분


광복 70년 ‘축구는 도전이다’ 사진전… 14일부터 광화문 본사 사옥 앞에서

지옥훈련으로 쓴 청소년월드컵 4강 신화 1983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썼던 박종환 감독은 당시 해발 2300m 고지대의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 선수들을 적응시키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훈련시켰다.
 4강 신화의 주역 이기근(오른쪽)이 마스크를 쓰고 달리고 있다. 한국 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해 과학적인 체력훈련으로 4강 신화를 썼다. 최근 한국 축구는 전통적인 ‘투혼’에 과학적 훈련을 더해 가고 있다. 
대한민국축구사진전 사무국 제공
지옥훈련으로 쓴 청소년월드컵 4강 신화 1983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썼던 박종환 감독은 당시 해발 2300m 고지대의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 선수들을 적응시키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훈련시켰다. 4강 신화의 주역 이기근(오른쪽)이 마스크를 쓰고 달리고 있다. 한국 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해 과학적인 체력훈련으로 4강 신화를 썼다. 최근 한국 축구는 전통적인 ‘투혼’에 과학적 훈련을 더해 가고 있다. 대한민국축구사진전 사무국 제공
6·25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1954년 3월 7일. 일본 도쿄 메이지진구구장에서 한국-일본의 스위스월드컵 극동아시아 지역 예선 경기가 열렸다. 광복 이후 첫 축구 한일전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룰에 따라 예선은 홈 앤드 어웨이 경기가 원칙이지만 한일전 두 차례 경기는 모두 일본에서 열렸다.

이승만 대통령이 일본 선수단의 국내 입국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복후 첫 대결 1954년 3월 일본 도쿄 메이지진구구장에서 열린 첫 한일전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은 진눈깨비로 진흙탕이 된 그라운드에서 일본을 꺾었다.
광복후 첫 대결 1954년 3월 일본 도쿄 메이지진구구장에서 열린 첫 한일전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은 진눈깨비로 진흙탕이 된 그라운드에서 일본을 꺾었다.
진눈깨비가 쏟아져 진흙탕이 된 구장에서 한국은 일본을 5-1로 대파했다. 한국은 일주일 뒤 열린 2차전에서 2-2로 비기며 월드컵 첫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적지에서 한일전을 앞둔 선수들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그라운드에 고인 물이 거울이라도 되는 듯 그 모습을 비추고 있다. 한국 축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 순간은 사진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광복 70주년 기념 ‘축구는 도전이다’ 사진 전시회가 14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 일대(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다. 본사가 주최하고 대한축구협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하는 이 사진전에는 축구원로와 사진작가 등에게서 구한, 일제강점기부터 최근까지 한국 축구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 50여 점이 전시된다.

서울운동장 성화대까지 올라간 구름 관중 1971년 5월 ‘제1회 박 대통령배 쟁탈 아시아 축구대회’를 보기 위해 지금은 사라진 서울운동장에 운집한 관중. 성화대에까지 올라가 관전하는 모습에서 당시의 축구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서울운동장 성화대까지 올라간 구름 관중 1971년 5월 ‘제1회 박 대통령배 쟁탈 아시아 축구대회’를 보기 위해 지금은 사라진 서울운동장에 운집한 관중. 성화대에까지 올라가 관전하는 모습에서 당시의 축구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작품 하나하나에는 시대상이 담겨 있다. 1971년 5월 지금은 사라진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제1회 박대통령컵 쟁탈 아시아축구대회’ 한국과 버마(현 미얀마)의 결승전 사진을 보면 관중이 성화대까지 올라가서 관전하는 등 대단했던 축구 열기가 먼저 눈에 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관중 대부분은 중년 남성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 스타들의 과거 모습이 담긴 사진도 눈길을 끈다.

차범근 결혼식에 모인 스타들 1977년 1월 서울 동작구 대방동 공군사관학교 교회에서 열린 신랑 차범근과 신부 오은미의 
결혼식(오른쪽 사진). 당대 스타들이 총출동해 하객들로만 축구 대표팀을 꾸릴 수 있을 정도였다. ①허정무 ②김진국 ③신현호 
④조영증 ⑤조광래 ⑥김황호 ⑦박상인 ⑧이영무 ⑨김성남 ⑩박성화 ⑪최종덕.
차범근 결혼식에 모인 스타들 1977년 1월 서울 동작구 대방동 공군사관학교 교회에서 열린 신랑 차범근과 신부 오은미의 결혼식(오른쪽 사진). 당대 스타들이 총출동해 하객들로만 축구 대표팀을 꾸릴 수 있을 정도였다. ①허정무 ②김진국 ③신현호 ④조영증 ⑤조광래 ⑥김황호 ⑦박상인 ⑧이영무 ⑨김성남 ⑩박성화 ⑪최종덕.
1977년 1월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의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은 당시 한국 축구 그 자체라고 할 만하다.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은 유행하던 트렌치코트(일명 ‘바바리코트’)로,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은 ‘아무나 입지 못한다’던 양가죽 점퍼(일명 ‘세무 잠바’)로 한껏 멋을 냈다. 축구공과 옷걸이로 제작한 설치미술작가 김다b(Kim da b)의 작품 ‘광복이탈-한국축구역사와 광복을 노래하며’도 전시된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광복 70년#축구는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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