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구속도-비거리-스윙 스피드 비교… 스카우트들 “파워는 朴이 한 수 위”
투구 속도 한국보다 빠른 점 감안땐 타구 반발력 커져 파워 더 좋아질듯
강정호, 13일 2안타… 타율 0.296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의 강정호는 요즘 거의 블랙홀 수준이다. 매일 오전 야구팬들의 시선을 빨아들인다. 그만큼 강렬하다. 13일(한국 시간)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 강정호는 5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6경기 연속 안타로, 타율이 0.296으로 상승했다. 3할이 눈앞이다. 불쾌한 뉴스가 가득한 요즘, 강정호만큼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인물도 없다.
강정호를 지켜보며 가장 흐뭇해하는 이는 넥센 박병호다. 박병호는 내년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예정이다. 미국 구단들은 강정호라는 잣대를 이용해 박병호를 평가하고 있다. 강정호가 잘할수록 박병호의 평점도 올라가는 것이다.
한국에 파견된 빅리그 스카우트들은 작년 강정호보다는 올해 박병호에게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 스카우트는 “타격에서는 박병호가 한 수 위”라고 말했다. 근거는 남다른 ‘파워’였다. 설마 했던 강정호의 파워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하자 박병호에게는 더 큰 욕심을 내는 것이다.
스카우트들은 파워와 관련해 타구의 속도, 비거리, 스윙 스피드 등을 중시한다. 야구 통계전문회사인 스포츠투아이의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무대에서 측정된 박병호(2015년)와 강정호(2014년)의 파워를 비교해 봤다. 결과는 스카우트들의 직감과 비슷했다.
‘타구의 속도’를 우선 살폈다. 파워는 속도와 비례하기 때문에 빅리그에서도 ‘타구의 속도’로 파워를 평가한다. 박병호가 우위였다. 박병호는 시속 140.2km로, 리그 평균(시속 129km 정도)을 훌쩍 뛰어넘었다. 강정호도 뛰어났지만, 박병호에게 약간 뒤진 시속 136km 정도였다.
타구의 속도에 비례하는 ‘홈런 비거리’도 마찬가지. 박병호가 123m 정도로 1위였고, 강정호는 119m로 리그 평균(117m)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었다. 시속 145km가 넘는 빠른 공 상대 타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 박병호가 0.436, 강정호가 0.435였다.
세 가지 항목을 놓고 보면, 박병호의 파워가 강정호보다 뛰어나다는 게 증명된다. 그런데 메이저리그 기사를 유심히 봤던 팬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박병호의 수치가 빅리그 기준으로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강정호의 올해 빅리그 수치를 한번 보자.
강정호의 수치는 국내 때와 확연히 달라졌다. 타구 속도는 시속 145km로 6%가량 향상됐고, 홈런 비거리는 123m로 3% 정도 늘어났다. 빠른 공 상대 타율은 0.485로 5푼가량 상승했다. 기본적으로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의 속도에 적응하다 보니, 관련 수치가 동반해 좋아진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요인은 투구 속도다. 투구 속도가 높아질수록 타구의 속도와 비거리도 비례해 증가한다. 반발력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인데, 빅리그의 평균 구속은 우리보다 시속 5km 정도 빠르다.
스카우트들은 박병호도 마찬가지 과정을 겪을 거라고 보고 있다. 박병호는 원초적인 힘(Raw Power)이 뛰어난 만큼 미국에서도 강정호 이상의 파워를 과시할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넥센 염경엽 감독도 “박병호는 순발력이 뛰어나서 빅리그의 파워와 속도에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병호는 올해 배트 무게를 늘리고, 스윙 스피드를 개선하면서 파워를 늘리고 있다. 파워를 숭배하는 빅리그가 박병호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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