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의 조제 모리뉴 감독(52·사진)이 ‘P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첼시가 17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맨체스터시티(맨시티)와의 EPL 2라운드 방문 경기에서 0-3으로 패해 또다시 시즌 첫 승 달성에 실패하자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패인에 대해 조롱 섞인 분석을 내놨다. 모리뉴 감독이 영문 이니셜 ‘P’가 들어간 이름의 감독에게 약하다는 것. 맨시티의 마누엘 페예그리니(Pellegrini) 감독을 포함해 모리뉴 감독이 최근 리그에서 패한 6경기의 상대팀 감독 이름에 모두 ‘P’가 들어간다. 데일리메일은 “이제 모리뉴 감독은 토니 풀리스(Pulis·웨스트브로미치·23일), 앨런 파듀(Pardew·크리스털팰리스·29일) 감독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첼시의 부진이 3, 4라운드에서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모리뉴 감독은 자신의 과거(the past)에도 발목이 잡혔다. 그는 탄탄한 포백 수비 라인을 구축해 지난 시즌 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믿고 있던 수비진이 노쇠해 붕괴되면서 리그 2경기 연속 무승(1무 1패)의 늪에 빠졌다. 첼시는 스완지시티와의 개막전(2-2 무)과 맨시티전까지 5골을 실점했다. 이는 지난 시즌 리그 전 경기에 출장해 첼시의 20개 구단 중 리그 최소 실점(38경기 32실점)을 이끈 수비수 존 테리(35)와 브라니슬라브 이바노비치(31)의 기량 저하가 원인으로 꼽힌다. EPL 개막을 앞두고 열린 5경기(2무 3패)에서 9실점을 하며 수비진의 불안이 노출됐지만 “현재 팀 구성에 만족한다”며 이렇다 할 보강을 하지 않은 모리뉴 감독의 방심이 화를 부른 셈이다.
기동력이 떨어진 테리는 맨시티전에서 문전으로 침투하는 상대 공격수를 놓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오른쪽 측면 수비를 담당한 이바노비치는 스피드와 개인기가 좋은 맨시티 공격수 라힘 스털링을 완벽히 막지 못했다. 결국 주장 테리는 전반전 이후 젊은 수비수 커트 조우마(21)와 교체되는 수모를 겪었다. 테리가 교체 아웃된 것은 2013년 5월 이후 처음이며 모리뉴 감독 체제하에서는 최초다. 경기 후 모리뉴 감독은 “전술상의 교체였다. 맨시티의 빠른 공격을 막기에는 조우마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첼시는 이날 패배로 여러 가지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시즌 개막 후 성공적인 출발을 해왔던 첼시지만 2006년 8월 미들즈브러와의 경기(1-2 패) 이후 9년 만에 8월 경기 패배를 맛봤다. 또한 지난 시즌 챔피언이 개막 후 2경기 연속 승리하지 못한 것은 2007∼2008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후 두 번째다. 첼시가 개막 후 2경기에서 연속으로 승리하지 못한 것은 1998∼1999시즌 이후 17년 만이다.
수비 라인의 세대교체가 시급해진 첼시는 이날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의 수비수 압둘 라만 바바(21)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EPL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해야 하는 첼시로서는 젊고 재능 있는 수비수의 추가 영입이 절실해 보인다. 이 때문에 첼시는 이달 말까지 계속되는 유럽축구 이적 시장에서 수비수 영입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수비 축구로 각종 우승컵을 들어올려 ‘우승 청부사’로 불리는 모리뉴 감독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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