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강원 강릉시 남강초등학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생활체육 농구 클럽리그에서 동해시 ‘리젠트’팀 (분홍색 상의)과 강릉시 ‘하슬라’팀이 열띤 경기를 벌이고 있다. ‘리젠트’의 홍일점 안예진 씨(오른쪽)가 눈에 띈다. 강릉=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6일 강원 강릉시 남강초등학교 실내체육관에 어른들이 운동복을 입고 삼삼오오 나타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이들은 곧 농구공을 꺼내 몸을 풀었다. 어느새 50여 명이 실내체육관을 가득 채웠다. 20대 초반부터 40대 중반까지 다양했다. 대학생부터 공익근무요원, 공무원, 직장인, 자영업자 등으로 직업군도 다양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단 하나. 국민생활체육회 스포츠클럽 영동농구리그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강원 영동지역리그는 2013년 강릉의 4개 팀이 참가하면서 시작됐다. 올해는 강릉뿐만 아니라 동해, 삼척, 양양, 속초 등에서 활동하는 11개 팀이 출전했다. 3월부터 11월까지 팀당 11경기씩 치러 순위를 가른다. 설원수 강릉시농구연합회 사무장은 “여름 휴가철인 7, 8월에는 휴가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참가자가 많아 일시적으로 리그 운영이 힘들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팀당 10명 이상 참가할 정도로 열의가 높다”고 말했다. 11월 영동리그가 끝나면 1∼5위 팀은 상위 리그인 강원도리그에 출전한다. 강원도리그 우승팀은 클럽 최강전에 진출한다. 농구리그는 전국 40개 리그에 400팀이 출전해 자웅을 겨루고 있다. 클럽리그이지만 ‘동네 농구’와는 엄격하게 구분된다. 정식 심판 2명이 매 경기를 진행한다. 프로농구의 규칙을 따르고 있다.
참가자들의 열정만큼은 프로농구 선수들 못지않다. 동해시 ‘스톰’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임호진 씨(33)는 동해 시내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다. 전날 새벽까지 가게를 운영하다 2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하고 이날 경기에 나섰다.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임 씨는 “농구를 즐기는 동호인으로서 이런 리그에서 뛴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강릉시 ‘하슬라’팀의 김동준 씨(42)는 “세 아이의 아버지이다 보니 평일 저녁과 주말 경기와 훈련에 빠짐없이 참가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농구를 하면서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주니 아내가 반대하지는 않는다”며 웃었다.
대부분 팀이 동네 또는 학교 선후배가 중심이 돼 만들어졌다. 하지만 색다른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동해시 ‘리젠트’팀의 대니얼 라이첵 씨(30)는 고등학교 원어민 영어교사다.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2년째 코트를 누비고 있다. 라이첵 씨는 “고향인 미국 시카고에서는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스포츠클럽 리그들이 활성화되어 있다. 6년 전 한국에 온 뒤 농구를 하고 싶었는데 없어서 아쉬웠다. 리젠트에 들어와 경기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여성 참가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리젠트’의 홍일점 안예진 씨(24)는 이날 후반전부터 경기에 투입돼 중거리 슈팅을 선보이며 팀의 주득점원으로 활약했다. 안 씨는 “클럽리그는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비록 몸싸움이 힘들기는 하지만 여성들도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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