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이근호(오른쪽)가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6라운드 전남과의 홈경기 도중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이근호는 후반 40분 동점골을 터트린 데 이어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까지 얻어내 전북을 시즌 첫 연패의 위기에서 구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반전 부진에 윙 포워드로 위치 변화 후반 40분 동점골·추가시간 PK 유도 끝까지 믿고 써준 최강희 감독에 화답
전북 최강희 감독은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6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고민에 휩싸였다. 공격 조합 때문이었다.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36)이 종아리 근육 부상을 입었다. 4-1-4-1 포메이션은 일찌감치 정했지만, 최전방 공격수가 문제였다. 2명의 원톱 자원이 더 있었다. 스페인 출신 우르코 베라(28)와 카타르 스타스리그 엘 자이시에서 6개월간 단기 임대한 이근호(30)였다. 결론은 후자. 비록 묵직함은 떨어질지언정, 빠른 움직임이 통하리라 믿었다. 최 감독은 “K리그에는 타깃형 공격수가 꼭 필요하다는데, (이)근호만의 장점이 있다. 상대 배후를 침투하고, 빠져 들어가는 움직임이 좋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뭔가 둔탁했다. 체력도, 컨디션도 완전치 않은 이근호는 경기 내내 헤맸다. 익숙지 않은 전북의 리듬을 좀처럼 따라잡지 못했다. ‘닥공(닥치고 공격)’을 기조로 한 전북의 화력은 좀처럼 불이 붙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후반 8분 전남에 먼저 골을 내줬다.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멈춰 선 최 감독은 한쪽 고개를 숙이며 팔짱을 꼈다. 경기가 가장 풀리지 않을 때 취하는 동작이었다.
승부수를 띄울 시점이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깼다. 이근호를 그대로 남겼고, 베라와 김동찬(29)을 거의 동시에 투입하면서 전방에 무게를 더했다.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장 좋은 건 결국 실전이다. 훈련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최 감독의 평소 지론이다.
부진해도 뛰도록 한 스승의 뚝심과 믿음에 제자가 화답할 차례였다. 포지션을 원톱이 아닌 윙포워드로 바꾼 이근호가 큰 일을 저질렀다. 전남을 몰아붙이고도 마무리가 아쉬웠던 차에 후반 40분 이근호는 전남 수비수 이지남이 공중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틈을 놓치지 않았다. 골대 왼쪽에서 시도한 절묘한 왼발 슛으로 선방을 거듭하던 전남 수문장 김병지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전북 입단 후 3경기 만에 데뷔골을 터트렸다. 상주 소속이던 지난해 8월 30일 성남과의 경기 이후 1년 만에 나온 K리그 득점포였다. 1만4000여 홈관중이 가장 열광한 순간이기도 했다.
이근호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기심이 추가시간 5분을 알리자마자 전남 수비수의 반칙을 유도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브라질 출신 레오나르도가 천금의 결승골로 연결해 이근호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최 감독이 100% 몸 상태가 아닌 이근호에게 꾸준하게 출전 기회를 부여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전북은 26일 감바 오사카(일본)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홈)을 치른다. 감바 오사카는 이근호에게 익숙한 팀이다. 2010년 여름부터 2011시즌까지 감바 오사카에서 뛰었다. 최 감독의 배려로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골맛까지 본 이근호는 “급하게 몸을 만드는 단계인데 (오늘 활약으로) 생명이 연장된 것 같은 기분이다. 첫 골이 터진 만큼 앞으로 탄력이 붙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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