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대권… 새 IOC위원… 한국스포츠 ‘외교 거탑’ 쌓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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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이 한국 스포츠외교에 도약의 해가 될 수 있을까.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64)은 내년 2월 26일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에 도전장을 냈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68)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6)은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개최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IOC 위원에 도전한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33)도 내년 올림픽 때 선정될 IOC 선수위원을 향해 뛰고 있다. 》

▼정몽준 견제? FIFA ‘鄭 기부금’ 조사▼

출마선언때 ‘反블라터’ 천명하자
아이티-파키스탄 재해성금 트집
블라터 진영, 위협적 여기는듯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사진)이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 당선되면 한국 스포츠외교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한국인이 수장을 맡고 있는 국제 경기단체들이 있지만 규모나 위상에서 FIFA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출마를 공식 선언한 정 명예회장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공정한 선거 관리다. 제프 블라터 FIFA 회장(79)이 내년 2월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 아니라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정 명예회장이 주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이 FIFA를 ‘부패한 조직’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블라터 회장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17년 동안 부회장과 집행위원을 지낸 인물이 그런 말을 한 것은 충격이라며 ‘무례한 인신공격’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정 명예회장은 출마 선언 후 블라터 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런 가운데 FIFA는 정 명예회장의 ‘과거 조사’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 FIFA 윤리위원회가 2010년 당시 FIFA 부회장을 맡고 있던 정 명예회장이 아이티와 파키스탄에 기부한 돈의 사용처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정 명예회장은 2010년 대지진이 발생한 아이티에 50만 달러를, 홍수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에 40만 달러를 기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기부금을 전달한 시기가 FIFA 부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을 때였고 한국이 2022년 월드컵 유치전에 나섰을 때였다”고 보도했다. 정 명예회장은 2011년 1월 선거에서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에게 져 부회장 5선 연임에 실패했다.

정 명예회장이 출마를 선언한 지 이틀 만에 이런 보도가 나온 것은 의구심을 가질 만하다. 여전히 큰 영향력을 가진 블라터 회장의 개입설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개인 돈으로 기부한 것인데 사용처를 조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부회장에 당선되기 위해 ‘뇌물’을 썼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이라며 “블라터 회장 측이 정 명예회장을 위협적 존재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1990년대부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꾸준히 기부를 했다. 파키스탄에 기부한 것도 순수한 인도적 지원이었다.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FIFA의 비윤리적 행태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반블라터’ 후보자에 대한 FIFA의 압력 행사는 전례가 있다. FIFA는 2011년 회장 선거를 앞두고 후보로 나선 무함마드 빈 함맘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카타르)의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함맘 전 회장은 후보를 사퇴했고 다시 당선된 블라터 회장은 그해 7월 함맘 전 회장을 영구 제명했다.



▼조정원 WTF 총재, IOC위원 ‘바짝’▼

태권도 대중화 기여 후한 점수
조양호 평창 조직위원장도 기대
선수위원 후보엔
유승민 나서
19일 현재 한국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2명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3)과 문대성 새누리당 국회의원(39)이다. 1996년 IOC 위원으로 선출된 이 회장은 80세가 되는 2022년까지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병중이어서 IOC 위원으로서의 활동은 힘든 상황이다.

문 의원의 IOC 위원 임기는 2016년 8월까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문 의원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선수 자격으로 IOC 위원에 선출됐는데 선수 자격 IOC 위원의 임기는 8년이다.

이 때문에 2016년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에 앞서 열리는 IOC 총회에서 IOC 위원을 배출하지 못하면 한국은 국제 스포츠계의 별로 활동하는 IOC 위원이 사실상 없어지는 셈이어서 스포츠 외교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현재 IOC 위원에 도전하고 있는 후보는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68)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6)이다. 조 총재는 WTF, 조 회장은 대한체육회의 추천을 받은 상태다. WTF는 206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한, 덩치가 큰 국제 경기단체다. 대한체육회는 또 문 의원의 뒤를 이을 선수위원 후보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탁구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33)을 IOC에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선수자격 IOC 위원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대회 기간에 참가 선수들의 투표로 뽑는다.

국제 경기단체 수장 자격으로 IOC 위원 도전 의사를 밝힌 조 총재는 태권도가 올림픽 대중화에 기여한 점 등을 꼽아 선출 가능성이 많이 높아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 총재는 “IOC 위원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지만 WTF가 태권도의 세계화를 이끌었고 올림픽의 대중화에도 기여한 만큼 IOC 위원으로 뽑힐 가능성은 커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장 직함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 원장(59)은 “한국이 차기 겨울올림픽 개최국인 데다 조 회장이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은 IOC 위원 선출에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태권도도 이제 동남아시아나 중동 국가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만큼 대중화한 종목이어서 조 총재의 IOC 위원 선출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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