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기자의 온사이드]‘공격은 1승, 수비는 우승’인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5일 03시 00분


전북 최강희 감독
전북 최강희 감독
“그동안 승패를 떠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만족할 만한 내용이 안 나온다. 전술적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전북 최강희 감독이 22일 인천에 0-1로 패한 뒤 한 말입니다. 그러면서 “경기 운영에 변화를 줘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전북은 19일 전남전에서 먼저 실점한 뒤 2-1로 어렵게 이겼습니다. 15일 포항전에서는 0-3의 완패를 당했습니다. 전북이 3골 차 패배를 당한 건 2013년 11월 서울전 이후 1년 9개월 만이었습니다.

전북 앞에는 ‘닥공’(닥치고 공격)이란 수식어가 붙습니다. 전북은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12개 팀 중 최다인 61골을 넣으며 우승했습니다. 2위 수원(52득점)보다 9골이 많았습니다. 올 시즌에도 24일 현재 선두인 전북은 27경기에서 43골을 넣었습니다. 지난 시즌과 같은 경기당 평균 1.6골입니다.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관중을 부르는 건 공격이지만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는 건 수비다.” 독일 축구의 레전드 프란츠 베켄바워가 한 말입니다.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팀 감독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지붕(공격)을 먼저 짓는 사람은 없다. 기둥(수비)이 탄탄해야 지붕을 올릴 수 있다. 공격을 잘하는 팀은 1승을 챙기지만 수비를 잘하는 팀은 우승을 차지한다.”

수비를 잘하는 팀이 우승 가능성이 높다는 건 진리에 가깝습니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 팀도 최소 실점(경기당 0.84골)을 한 첼시였습니다. 첼시가 올 시즌 초반 9위에 처져 있는 것도 수비가 무너지면서 3경기에서 7골을 내줬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최 감독은 이런 걸 몰라서 그동안 닥공 축구를 했을까요? 국내 프로축구 단일 팀 최다승(156승) 감독인 그가 수비 축구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습니다. 게다가 최 감독은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입니다. 최 감독은 전북 축구를 닥공이라고 인정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닥공은 언론과 팬들이 붙여준 별칭입니다. 전북의 공격력이 워낙 좋다 보니 그렇게 불리게 됐지만 사실 전북은 수비력도 좋은 팀입니다. 지난 시즌 최소 실점(22골) 팀이 전북입니다. 38경기 중 무실점 경기만 23차례였습니다.

하지만 닥공 이미지가 깊이 각인된 게 부담이 된 것 같습니다. “닥공 이미지가 쌓여 선수들도 나도 독이 되는 경기를 하게 됐다”는 최 감독의 말에서 고충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전북의 올 시즌 경기당 평균 실점은 1.04점으로 지난해의 2배에 가깝습니다.

최 감독이 경기 운영에 변화를 준다고 해서 수비 축구를 하겠다는 건 아닐 겁니다. 공격과 수비에 균형을 맞추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팬들에게 재미를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프로라면 이기는 경기를 하는 게 우선입니다. 10골 넣고 11골 내줘 매번 지는 팀을 좋아할 팬은 세상에 없습니다. 올 시즌 시민구단으로 선전하는 인천(6위)과 성남(3위)은 각각 리그 최소 실점 1, 2위 팀입니다. 재미없는 수비 축구를 해도 성적이 좋다 보니 나무라기 힘듭니다. 팬들을 위해 공격적인 축구를 하겠다는 것까지는 몰라도 프로의 세계에서 승패까지 초월하는 건 지나친 팬 서비스입니다. 전북이 닥공을 포기해도 비난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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