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최강전 등 기대 못미친 모습… 대학시절 서장훈-김주성과 비교땐
블록슛-스피드 좋지만 득점 미흡… 골밑서 적극적인 움직임 보여야
남자 농구 국가대표 센터인 고려대 이종현(21·206cm·사진)에 대한 팬들의 논쟁이 뜨겁다. 긴 양팔과 탄력, 스피드를 갖춘 이종현은 최근 몇 년간 서장훈(전 kt)과 김주성(동부)을 잇는 국보급 센터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다. 그러나 기대가 요즘 아쉬움으로 많이 바뀌었다.
23일 끝난 2015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이종현은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지만 후한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미국프로농구(NBA) 도전을 위해 연수를 다녀온 뒤로 오히려 위력이 반감된 모양새다. 지난해까지 이승현(오리온스)과 함께 고려대 트윈 타워를 형성했던 이종현은 이승현이 졸업한 이후 극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대학 3학년인 이종현은 서장훈, 김주성과 자주 비교된다. 올 시즌 대학리그에서의 이종현 기록과 서장훈, 김주성의 대학 3, 4학년 시절 농구대잔치 기록만 놓고 보면 서장훈은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김주성은 득점과 야투성공률에서 이종현을 크게 앞선다.
서장훈은 연세대 3학년 시절 1996∼1997 농구대잔치에서 경기당 평균 25.0점에 12.8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김주성은 중앙대 3학년이었던 2000년 농구대잔치에서 경기당 22.2점에 9.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야투성공률은 75.2%에 달했다. 4학년 때인 2001∼2002 농구대잔치에서는 경기당 27점에 10.3리바운드로 더 좋은 성적을 올렸다. 반면 이종현은 올 시즌 대학리그에서 평균 14.6점에 7.9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야투성공률은 57.6%로 김주성에게 크게 뒤진다. 반면 도움은 평균 1.0개로 서장훈(0.4), 김주성(0.3)보다 다소 앞선다.
기록으로 보면 서장훈과 김주성은 슈팅과 일대일 능력, 리바운드에서 이종현보다 강하다. 반면 이종현은 블록 슛이나 탄력, 스피드에서 두 선배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지만 센터로서 가장 중요한 득점력에서 이종현은 두 선배에게 절대적으로 떨어진다.
농구 전문가들은 이종현이 서장훈과 김주성이 겪은 대학 시절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연세대 코치로 서장훈을 지도했던 박건연 농구해설위원(더 바스켓 대표)은 “이종현에게 팀 내에서 어떠한 역할로 존재감을 과시해야 할지 옆에서 조언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당시 서장훈도 경쟁자가 없다는 이유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가 ‘네가 어떻게든 골밑에서 해결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성취감을 갖도록 유도했다”고 말했다.
중앙대에서 김주성을 지도했던 김태환 MBC스포츠플러스 농구해설위원(전 LG 감독)도 이종현이 해결 의지와 적극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이종현이 골밑에서 부딪치는 농구를 해줘야 위력이 배가되는데 골밑과 외곽 중간에서 빙빙 돌고 있는 모양새”라며 “그런 면에서 김주성이 월등했다”고 말했다.
김주성은 대학 시절 송영진(현 kt 코치), 정훈종(전 KCC) 등과 막강 라인을 형성해 직접 나서지 않아도 됐었다. 김 위원은 “김주성은 경기가 안 풀리면 어떻게든 스스로 어려운 상황에서 골을 넣으려는 의지가 강했다”며 “모비스와 고려대의 준결승을 보니 이종현이 함지훈을 상대로 볼을 잡고 돌아서서 충분히 골을 넣을 수 있는데도 포기하던데 이는 성장 과정에 있는 선수에게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종현도 문성곤, 이동엽, 강상재 등 대학 정상급 선수들과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 위원은 “고려대나 이종현 스스로가 ‘이종현 없이도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종현의 역할에 대한 절실함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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