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조범현 감독(사진)이 정대현에게 이례적 조치를 취했다. 1군 엔트리에 빼지는 않았지만 훈련은 2군에서 하라고 지시했다. 베테랑 윤요섭이 “경기 상황과 팀을 생각하지 않고 배팅을 했다”며 3군으로 내려보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조 감독은 27일 수원 KIA전을 앞두고 “이런 모습이면 내년에 자리가 있겠나”라고까지 했다.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확실히 전하려는 의도가 보였다. 정대현은 26일 목동 넥센전에 선발등판했으나 1회에 폭투 4개를 기록하는 진기록을 세우는 등 컨트롤 난조로 3.2이닝 동안 7실점했다. 홈런 2방을 포함해 9안타를 맞았다. 선발투수가 초반에 이렇게 흔들리면 불펜에 과부하가 걸린다. 정대현은 후반기 6경기에서 1승2패, 방어율 10.80을 기록 중이다. 전반기 4승7패, 방어율 3.84와는 차이가 크다.
조 감독은 정대현의 문제를 연구 부족과 게으른 성격 탓으로 본다. 최근 원정경기에 선발로 내정됐지만, 미리 보내지 않고 선수들과 동행시켰던 이유다. 조 감독은 “혼자 두면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까 잡아둔다”고 밝혔다.
컨트롤도 벤치의 신뢰를 사기에는 부족했다. 감독이 어느 정도 계산할 정도로 공이 정확하게 가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단계가 아니라고 봤다. 조 감독은 “실력이 안 되는 것”이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직접 선수를 불러 말할 수도 있지만, 이처럼 다른 경로를 택한 것은 그나마 아직 미련과 기대가 있어서다. 조 감독은 “상대는 분석하고 들어온다. 변화를 줘야 한다. 일단 공이 어느 정도는 포수 사인대로 가야 조화를 이루는데, 공 하나하나에 주춤한다. 변한 게 없다.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해야 한다.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본인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수 출신인 조 감독은 정대현에게 ▲선발투수로서의 책임감 ▲상황에 안주하지 말 것 ▲항상 연구하고 철저히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정대현이 이 사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